◎보증금 잦은 유용 불구 한번도 안걸려/“월수 최저천만원”… 임명과정 잇단잡음 인천지법 집달관 사무원의 입찰보증금 횡령사건의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집달관실의 말단 사무원이 수백억원의 경매 입찰금을 개인금고에서 꺼내 쓰듯이 마음대로 횡령한 범죄가 법원 감사에서도 단 한번도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집달관실이 법원의 어두운 사각지대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집달관실 소장의 개인사무원인 김기헌(48)씨는 경매 입찰자들이 예치한 입찰 보증금을 낙찰후 채권자에게 배당하기까지 40일간의 여유가 있는 점을 악용, 보증금을 멋대로 유용한 뒤 배당기일이 되면 다른 보증금으로 채워넣는 「고전적」 수법을 사용했다.
집달관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10년이상 근무한 뒤 퇴직한 7급(주사보)이상 직원들을 법원장이 임명한다. 그러나 경매가의 2%를 수수료로 받게 돼 있어 서울 등 「노른자위」 지역의 경우 월수입이 최저 1천만원 이상이어서 실제로는 4급(서기관)이상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아니면 쉽게 넘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집달관 임명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법의 집달관 13명은 모두 서기관 출신이며,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집달관 합동사무소장 최영범(58)씨도 89년 김포등기소장직에서 퇴직한 뒤 집달관이 됐다.
현재 검찰의 수사는 전체 횡령액 규모와 법원직원들의 공모여부 및 경매과정의 고의 유찰등 비리를 밝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김씨 등이 유용한 돈은 2백42억여원에 이른다. 이중 검찰에 고발되기 직전까지 미처 채워넣지 못한 45억원중 38억원을 최씨 등 집달관들이 함께 갚은 것으로 나타나 집달관들이 범행에 가담한 의혹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지법 경매8계장 이동범(38)씨 등 전·현직 경매계장 3명이 김씨와 최씨의 횡령사실을 묵인하는 대가로 3백만∼5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법원직원들의 비호하에 장기간 범죄가 가능했다는 추정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경매계장이상의 법원 고위관계자들의 관련여부에 대한 수사는 구속된 경매계장들과 김씨 등이 한결같이 『상급자에게 횡령사실을 보고하거나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집달관들의 경매 고의유찰 의혹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일단 횡령사건 수사를 매듭지은 뒤 추가수사를 고려하겠다』고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경매 비리는 워낙 고질적이고 은밀한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구체적 혐의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법원이 경매제도를 개선, 비리여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원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소극적 자세는 이번 사건이 법원내부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법원 고위관계자들의 개입여부및 경매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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