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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묘지(장명수 칼럼: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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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묘지(장명수 칼럼:1784)

입력
199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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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선산에 성묘하고 왔다는 한 50대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성묘를 하면서 앞으로는 각자 봉분을 만들지 말고 화장하여 선산에 재를 뿌리면 어떨까 의논해 봤어요. 같이 갔던 아이들도 화장하는 것은 좀 싫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더군요.사실 산은 꽤 넓은데 묘자리는 몇개 안남았다고 해서 속으로 걱정했었거든요. 자손 대대로 가족묘지에 재를 뿌린다면, 묘자리 걱정할 필요도 없고, 누구 자리가 명당인지 신경쓸 필요도 없잖아요. 우리 부부부터 그렇게 할까 생각중이에요』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된 것은 얼마전 신문에서 서울 소망교회와 사랑의 교회가 추진중인 교회묘지에 관한 기사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들은 부활신앙때문에 화장을 꺼리는데, 그 교회들은 사후 장기기증과 화장하기 운동을 펼치면서 화장한 신도들의 재를 뿌릴 수 있는 교회묘지를 준비하고 있다.

 소망교회 묘지는 「소망 성도지묘」라고 새긴 비석을 세우고, 재를 뿌린 신도 각자의 비는 생략하게 될것이라고 한다. 한 신도의 헌금으로 지금 비석을 만들고 있는데, 가족묘지를 마련해 두었던 신도들중에는 묘지를 처분하여 교회에 헌금하고 자신은 교회묘지로 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앞서 새로운 가족묘지를 계획했던 부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선산 안에 좋은 터를 잡아 재를 뿌릴 묘역을 만들고, 묘역안에 각자의 비석을 세워 후손들이 그를 기억하게 하자는 것이다. 망자는 언제 세상에 왔다가 언제 떠났으며, 그의 가족은 누구인지를 간단한 비문과 함께 돌에 새겨 두면, 봉분이 없는 아쉬움도 달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두 교회의 좋은 생각을 가족묘지에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그 방안은 많은 유골함을 함께 보관하는 탑이나 봉분을 만들자는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의 몸이 뿌려진 땅에 다시 후손들의 몸이 뿌려지는 그 「열린 묘지」는 묘지문화를 바꾸는데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몇평의 땅만 있으면 대대로 영구히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묘지난을 크게 덜고, 묘지를 호화롭게 치장하는 풍조도 누그러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늘어나는 묘지는 20만기,면적으로는 여의도의 3배인 2백70만평이나 된다. 93년말 현재 묘지면적은 2억9천만평으로 전체주거용지의 절반, 공장용지의 3배다.

 묘지는 국가적으로 큰 문제일뿐 아니라 이를 마련해야 하는 각 가정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이제 한식을 앞두고 성묘하러 갈 가족들은 소망교회식의 열린 가족묘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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