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보물급 석조문화재 1백14건에 대한 보수작업이 3월부터 대대적으로 실시된다. 이처럼 많은 석조문화재가 완전 및 부분해체 등을 통해 보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상된 문화재를 보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1백14건이란 많은 석조문화재를 일시에 보수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재관리가 그만큼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재 수난사는 다시 언급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도난, 도굴, 화재가 끊임없이 이어진데다 풍화와 전쟁등 각종 재난에 시달려 왔다. 목조문화재는 그래도 재질의 성격상 훼손이 쉽고 손상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보수의 손길이 어느 정도 미쳤으나 석조문화재는 그 반대 이유로 보수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왔다. 심한 풍화와 비둘기 오물 및 시민들의 손길에 시달려 몰골이 비참하게 돼 지난해 11월부터 보수작업에 들어간 국보 2호인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10층석탑이 이를 증언한다.
이번에 보수키로 한 석조문화재 1백14건은 전체 국보 보물급 석조문화재 4백93건의 23%에 달하고 조사대상에 오른 문화재 2백92건의 39%나 된다. 정말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보 보물급이 아닌 석조문화재까지 전부 조사하면 그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보수내용도 완전해체가 9건 부분해체가 23건이나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완전해체되는 9건의 문화재는 국보3건, 보물6건으로 모두 도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무너질 상황에 이르러서야 완전해체란 방법으로 보수하는 것은 문화재관리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는 가능한 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보존방법이다. 그렇다고 도괴상황에 이를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완전 및 부분해체란 극약처방을 하는 것은 아무리 실측을 정확히 하고 공사를 잘해도 그 자체로 문화재의 원형을 해치는 것이 된다. 이것은 국보 1호인 남대문의 경우에서도 뼈저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더기 보수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작업만은 「무더기」형태로 졸속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땜질보수가 아니라 이번이 마지막 보수라는 마음가짐에서 영구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무더기 보수사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평소 관리를 철저히 하고 손상이나 훼손된 문화재는 상처가 커지기 전에 그때 그때 손을 봤으면 무더기 보수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철저한 관리보다 더 좋은 문화재 보존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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