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리심문·총리권한 싸고 지리한 공방/피고16명중 5명 사망… 당시 주임검사 검찰총장에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전총리의 재직중 구속을 몰고와 일본정계에 엄청난 파문을 낳았던 일전후 최대의 독직사건인 록히드사건이 22일 기소자 전원의 유죄확정으로 19년만에 종결됐다.
일 최고재판소(대법원)의 구사바료하치(초장량팔)재판장은 이날 열린 록히드사건 최종심에서 히야마 히로(회산광)전 마루베니(환홍)회장(85) 등 피고측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나카전총리는 지난 93년 12월 사망, 공소 기각된 상태지만 뇌물을 건네준 히야마의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끝내 유죄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76년 일본 정·재계를 뒤흔든 록히드사건은 항공기 도입을 둘러싼 수뢰여부가 핵심사안이었다. 검찰도 『다나카총리가 재임시 미항공사의 대행업무를 맡고있는 마루베니사의 히야마회장으로부터 록히드사의 항공기를 들여오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5억엔의 뇌물을 받았다』며 정·재계의 거물 16명을 기소했다.
이 사건이 처음 표면화된 것은 76년 2월 미상원 다국적기업소위의 청문회에서였다. 록히드사가 항공기를 팔기위해 거액의 뇌물을 일본고위층에 제공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에따라 도쿄지검특수부팀이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는등 성역없는 수사에 돌입했지만 록히드사의 증언거부로 벽에 부딪쳤다. 형사면책(불기소)을 전제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미 LA 연방법원도 일본측이 요구한 대리 심문에 앞서 증인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본최고재판소의 명령이나 규정을 제출해 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달리 진술을 거부하는 관련인물에게 처벌면제를 전제로 수사자료를 얻을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미국측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고심하던 일검찰총장은 최고 법원에 불기소를 확약하는 서류를 제출했고 최고법원이 이를 보증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그후 검찰은 증거를 확보했고 76년7월27일 다나카전총리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 구속, 수감됐다.
단순 뇌물사건으로 끝날 이 사건이 무려 19년을 끈 이유는 바로 이같은 대리심문및 조서의 증거 채택여부였다. 변호인측은 형사면책을 약속하고 입수한 대리심문 조서는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무효이며 외국의 형사면책관련 사항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또 총리의 직무범위를 둘러싼 지루한 법률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수탁수뢰혐의 부분에 대해 총리의 직무권한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수탁수뢰죄는 해당직무에 권한이 있는 공직자가 뇌물을 받았을 때에 한해 적용하게 돼있는데 총리가 민간항공기의 기종선정에 관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최고재판소는 대리심문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치 않았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도 범죄입증이 충분하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오랜 세월동안의 법률 공방속에 관련자들의 부침도 심했다. 16명의 피소자중 5명이 사망했고 다나카전총리의 딸 다나카 마키코(전중진기자)는 93년 중의원선거에서 당선, 과학기술청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으며 요시나가 유스케(길영우개)당시 주임검사는 검찰총장이 됐다.<도쿄=이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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