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자선거 공명하게” 재확인/김덕 부총리 전격경질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자선거 공명하게” 재확인/김덕 부총리 전격경질 배경

입력
1995.02.22 00:00
0 0

◎「연기」논란 확산에 서둘러 진화/안기부 정치개입 의혹도 불식 김영삼 대통령이 21일 김덕 통일부총리를 전격해임한 것은 행정구역개편을 포함한 지방자치제선거 문제에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정치도덕적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안기부의 지자제선거 여론수집문서 파문이 인지 하루만에, 그것도 안기부장에서 통일부총리로 자리를 옮긴지 두달만인 김 부총리를 문책한 것은 그만큼 김 대통령의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이번 파문으로 인해 행정구역개편에 관한 공론화가 「선거연기 음모」로 왜곡된 상황에 대해 전날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파문은 정부가 마치 지자제선거연기를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행정구역개편문제를 거론했다는 오해를 사게 되는 형국을 만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행정구역개편에 관한 논의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6월의 지자제선거 자체에도 여권이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더욱이 깨끗한 정치를 부르짖어온 김 대통령의 도덕성에도 흠이 생길 우려가 있어 「선거연기 음모설」을 조기에 차단해야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안기부가 그에 대한 여론동향을 수집해 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책임을 물은 것은 안기부의 정치개입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내의 지자제 출마예상자 동향보고 문건과 관련, 김용선 경기지사를 전격해임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취임이후 『더이상의 정치공작은 없다』고 선언한 김 대통령으로서는 잇단 파문으로 인해 정보기관이 여전히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는 얘기이다. 최고책임자의 전격경질이라는 고단위처방을 사용,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명선거를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에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신속히 진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같다. 이미 임시국회까지 열려있는 마당에 민주당은 안기부의 문건을 지자제선거연기 음모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대정부질문과 상임위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이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행정구역개편의 논의를 거부하는 방패로 사용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이번 파문의 당사자격인 안기부나 김 부총리는 야당의 집중공격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사전에 야당의 요구대로 책임소재를 가림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혀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측은 『이번 파문사건은 엄격히 보면 야당의 정치공작적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의하면 지난해 11월중순 이번에 문제가 된 문건을 입수한 야당측은 비공식적으로 안기부에 진위를 문의, 충분한 설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안기부에서도 12월의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가 대두될 것에 대비, 설명자료까지 만들었으나 야당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다가 지자제선거가 임박해오면서 행정구역개편논의가 대세로 잡혀가자 이를 터뜨렸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김 대통령의 전격인사는 결과적으로 지자제선거를 예정대로 6월27일에 치른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이 조만간 공식적으로 이같은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다 해도 행정구역개편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총리의 경질을 통해 야당이 주장하는 선거연기를 명백히 부정하면서 오히려 행정구역개편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신재민 기자>

◎김덕 부총리 경질 이모저모/사의표명 하룻만에 “재가”/“사실 몰랐어도 도덕적 책임” 퇴임변

 통일원은 김 덕 전부총리의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경질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나웅배 신임부총리의 업무추진방식을 탐문하며 통일원의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다각도로 따져 보는 표정이다.

 ○…김 전부총리는 안기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당일인 20일 하오 청와대측에 서둘러 사의를 표명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중 한승수 비서실장을 통해 이를 보고받았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하룻밤의 숙고끝에 21일 아침 한 비서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에게 김 전부총리 경질과 나 부총리 임명을 통고했으며 이어 이춘구 당대표와 이홍구 총리에게 인사내용을 알렸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다른 참모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부총리는 이날 상오8시부터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회의도중 『대통령의 재가가 났다』는 말을 듣고 조용히 일어나 송영대 통일원차관에게 자리를 인계하고 퇴장한 뒤 곧바로 이임식 준비를 지시했다.

 짧은 이임사 도중 그는 『한참 일할 때에 뜻하지 않은 일로 떠나게 돼 송구스럽다』면서 『통일원이 착실한 진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는데 중간중간 잠깐씩 호홉을 가다듬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그는 상오9시20분께 기자실에 들러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공인의 책임』이라며 사퇴경위를 설명한 뒤 『나름대로 구상을 펼쳐볼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도 표시했다.

 ○…김 부총리는 안기부 문건의 보도 사실을 20일 상오 출근해서야 알았고 즉시 안기부에 진위여부를 확인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그는 이어 통일원관계자를 집무실로 불러 자신이 관련문건과 무관함을 밝히도록 지시했으나 이날 하오 국회 개회식에 다녀온 뒤 돌연 청와대측에 사의를 전했다는 것.

 ○…지난해말 안기부장에서 통일부총리로 자리를 옮긴 김 부총리의 재임기간은 60일로 역대 최단명. 신임 나 부총리는 문민정부 출범후에만 5번째 장관이며 한완상 10개월·이영덕 4개월·이홍구전부총리 8개월등으로 문민정부 출범후 통일부총리의 평균재임기간은 6개월남짓이다.<유승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