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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연기소동(장명수 칼럼: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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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연기소동(장명수 칼럼:1783)

입력
199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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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구역 개편론과 그에 따른 지방선거 연기론, 안기부의 지방선거 연기에 대한 여론수집 활동으로 벌집쑤신 듯하던 정국이 김영삼대통령의 신속한 대응으로 파국을 면했다. 김대통령은 21일 여론수집 당시 안기부장이던 김덕 통일부총리를 전격 해임함으로써 앞서 비슷한 물의를 빚었던 경기도지사 해임에 이어 관의 선거개입 차단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소동을 지켜본 국민들은 여전히 씁쓸한 느낌을 갖고 있다. 민자당 의원들이 왜 지방선거를 넉달 앞둔 시점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안기부는 왜 선거연기에 대한 여론을 수집했는가 하는 의혹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는 출범후 2년동안 금융실명제·행정기구 개편·부동산 실명제 등 크고 중요한 개혁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왔고, 행정구역 개편도 명분이 분명한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문제는 6월27일로 정해져 있는 지방선거와 연결돼 있다. 지금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자는 주장은 「지방선거 연기」라는 전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필요한 주장이라도 그런 전제가 붙으면 국민의 의혹과 야당의 반대, 그로 인한 소모적인 정국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를 한두해 해온 사람들도 아닌데, 왜 이런식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지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안기부의 「지방단체장선거 연기방안 검토」라는 문건이 민주당에 의해 폭로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그 문건은 여권이 지난해말부터 지방선거 연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왔다는 심증을 갖게 했다. 안기부는 그것이 「통상적인 활동의 일부」였다고 해명했지만, 지방선거 일정을 연기할 경우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공연히 상상하는 것이 안기부의 통상업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또 그것은 정치간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동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 정부가 개혁차원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할 생각이 있었다면, 출범초부터 작업을 서둘러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했어야 한다. 그럴 시간이 충분했는데, 그동안 논의자체를 금하다가 선거를 눈앞에 두고 공론화하자는 것은 정치기술의 부족이거나, 저의가 있었거나 둘중의 하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중에는 행정개혁 개편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논의의 전개과정에는 하나같이 불쾌해 하고 있다. 사실무근이다,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극구 부인하다가 슬며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신물나도록 보아 온 국민은 이번 일에서도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목적을 향해서 가는 과정이 부당하면, 무엇보다도 법이 정한 일정을 가볍게 여기면, 그것을 「잘하는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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