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세정책의 불모지대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셋방살이 가구수가 얼마고 해마다 새로 생기는 임대수요(전세·월세)가 얼마며 또 그에 상응하는 공급은 얼마인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기초적인 정책자료 조차 제대로 안돼 있다. 수요파악과 함께 대책을 세워 임대물량을 조절하는 장기적인 공급정책과 큰 진폭 없이 안정적으로 전·월세값을 관리해 나가는 가격정책도 체계적인 게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 의무, 행정관리와 세금관계 등을 실용성 있게 정비해 놓은 합리적인 임대제도도 현실적으로 마련돼 있지 못하다.
문간방 하나를 세놓고 있는 사람, 여분의 집 한채를 세놓고 있는 사람, 자기집을 세놓고 다른데 가서 세를 살고 있는 사람, 여러채 집을 갖고 직업적으로 세를 놓는 사람등 여러 형태의 임대인들이 세금을 내기도 하고 안내기도 하고 행정관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며 중구난방으로 방치돼 있다. 거기 세들어 사는 사람들도 양성화된 법적·제도적 장치의 보호를 받기도 하고 못받기도 하며 되는 대로 내버려져 있다시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총 가구수의 18.3%, 서울만 따지면 32.1%의 가구가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전세·월세를 살고 있는 전체 국민의 4분의 1가량을 이처럼 정책의 소외지대에 방치해둔 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세파동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땅값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이미 경고를 한바 있지만 땅값과 아울러 집값, 특히 전세·월세값에 대해 정부 당국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지역 아파트 값의 경우 지난해중 90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오름세(0.4%)를 보였으며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값은 무려 8.8%(강북지역은 12.4%)나 올랐다. 올들어서는 수도권 신도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전세 품귀현상과 함께 폭등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한번의 전세파동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그동안 꾸준한 주택물량공급의 확대와 함께 주택임대차에 관한 법률마련, 다세대·다가구주택제도의 도입, 주택임대사업자제도 도입 등의 형태로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써온 것은 평가받을 만 하나 주택임대와 관련한 제도·정책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우선 당장 파동이 우려되고 있는 전세값을 안정시키는 단기대책이 화급하지만 차제에 주택임대제도 전반에 걸쳐 좀더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검토·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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