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한은 공중분해안」이라고까지 혹평한 정부의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이 20일 나왔는데도 한국은행 임원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공식적 입장표명은 물론 개인의 견해를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다. 그동안 사석에서 한은독립문제에 대해 얘기하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반면 상대편이라 할 수 있는 재경원은 정부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장관에서 실무과장에 이르기까지 「올코트프레싱」을 하고 다녔다. 밤늦게까지 언론계 등 각계 인사를 만나고 다니며 재경원의 입장을 설명했다.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한은독립성 보장을 앞장서서 외쳐야 할 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반대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만 큰소리를 내고 다닌 꼴이다.
정부안이 발표된 직후 한은은 부총재 주재로 긴급임원회의를 열었지만, 「좀더 지켜보자」 「국회 논의과정에서 입장을 밝히자」는 것외에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결국 이번에도 89년처럼 노조의 「결사반대」니 「철야농성」이니 하는 요란한 구호만 울렸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한국은행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한은 임원들은 섣부르게 나서 공식입장을 밝히고 어쩌고 하는 것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자신들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한은 독립성 보장문제는 이미 88년 공론화 한 이후 많은 논의가 있었고, 민주당안과 경제학자 1천여명의 서명을 받은 경실련안도 나와 있다. 원군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제 당사자인 한은이 공론의 장에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한은의 주역들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