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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야성」 길러준 명총장/타계 김상협 전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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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야성」 길러준 명총장/타계 김상협 전국무총리

입력
199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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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때 총리발탁… “막힌곳 뚫겠다”/현실벽 막혀 정치의 꿈은 다 못펴 고인이 된 김상협 전국무총리는 총리보다는 명망있는 정치학교수이자 고려대총장으로 더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도쿄(동경)제대를 나와 46년부터 고려대강단에 선 이래 5·16직후 10여개월동안 문교부장관을 지낸 것을 제외하고는 82년총리에 기용될 때까지 고려대를 떠난 적이 없다. 1년4개월동안의 총리는 어찌보면 외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미묘한 시기에 예상을 뒤엎고 총리에 전격 기용된 탓인지 총리와 관련된 일화를 많이 남기고 있다. 특히 그가 82년6월 이·장사건으로 5공정권이 어려웠던 시기에 총리직에 취임하면서 말한 『막힌 곳은 뚫겠다』는 얘기는 한때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힌 곳을 뚫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정치총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김전총리는 5공의 두터운 벽을 깨지 못한 채 아웅산사건이 터지자 1년 4개월만에 아쉽게 퇴장해야만 했다.

 김 전총리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조카라는 집안배경이 말해주듯이 명문출신인데다 학식과 덕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돼 현실정치와 연관된 얘기가 많다. 그는 3공이후 개각때마다 요직등용설이 나돌았고 한때 정치권에서는 그가 야심이 있는 인물로 거론하곤 했다.80년 서울의 봄때도 김 전총리는 「소문으로 그친」 신당의 간판인물로 거명되기도 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영입하면서 삼고초려했다는 후일담은 유명하다. 김전총리가 총리에 취임하자 한때 내각책임제적인 요소가 가미된 우리의 대통령중심제가 명실상부하게 헌법대로 움직이는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다.

 정치인으로서 김전총리는 좌절을 맛보았지만 정치학자와 대학총장으로서는 드문 명성을 고이 간직한 희귀한 케이스이다. 그가 고려대총장으로서 졸업생들에게 주는 졸업식사는 시대상황의 묘사와 분석에 있어 정곡을 찌르는 것으로 정평이 있었고 그의 저서 「지성과 야성」은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화시킨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그의 「모택동 강의」는 이념적 갈증에 허덕이던 60∼70년대의 젊은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김전총리는 총리에서 물러난 뒤 고려대명예총장을 맡아 일주일에 3∼4번 정도  학교에 나갔고 85년부터 91년까지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하며 나름대로의 사회활동을 해왔다.

 전북부안출신으로 호남인맥의 상징적 인물중 한명. 유가족으로는 부인 김인숙(71)씨와 1남3녀가 있다.<홍윤오 기자>

◎김 전총리 빈소주변/유언 못남겨… 방문 미망인 가까스로 연락/김대통령·김추기경 등 조화… 고대 학교장결정

 김상협 전총리의 갑작스런 부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고인은 이날 아침 화장실에 다녀와 갑자기 『가슴이 조인다』고 고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줄곧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해 유언도 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혜화동 자택에는 동생인 김상홍 삼양사명예회장 등 가족들이 모여 장례 준비에 여념이 없었으나 이집트를 방문중인 미망인 김인숙씨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미망인과는 외무부의 협조로 어렵게 연락이 이뤄져 22일 하오 귀국하게 됐다.

 ○…빈소에는 이홍구 총리 현승종 전총리 김재순 전국회의장 김준엽 전고려대총장 이천환 연세대이사장 등 각계인사가 찾아와 조문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필 전민자당대표,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 전두환 전대통령, 이기택민주당총재, 김수환 추기경, 강영훈 대한적십자총재등이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김 전총리가 총장으로 재직했던 고려대는 이날 하오 홍일식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준비위원회를 구성,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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