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요기·겉핥기식 아닌 진지한 공감 유도 “수준작” 정부가 세계화를 주창한 이후 방송사별로 세계의 문화와 풍속을 소개하는 퀴즈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일부는 다양한 형식으로 「의식의 세계화」를 이끌어낸다는 좋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눈요깃거리나 호기심 충족 수준으로 내용을 구성, 취지 자체를 희석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4일 SBS가 방영한 8부작 다큐멘터리 「체험! 세계의 오지」 제2편 「아카! 그 은빛 눈물」은 진지한 접근으로 문화다큐멘터리의 올바른 방향을 환기해준 수준작이었다.
「아카…」는 여성리포터 김희수씨(25·대학원생)가 태국 북부 미얀마-라오스 국경지대에 사는 아카족 마을을 찾아 그들과 함께 보낸 보름간을 수기형식으로 소개한 프로그램이다.
「세계의 오지」라는 시리즈 제목이 암시하듯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는 그들의 독특한 생활상과 문화, 종교등 문화인류학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오지 풍속의 하나인 은과 주먹만한 크기의 금속 구슬로 육중하게 꾸민 모자와 머리장식, 고지대에 사는 주민의 하늘 숭배사상을 보여주는「솟대」라는 상징물등은 자칫 프로그램을 흥미 위주로 끌고 가기에 충분한, 「유혹적인」 소재들이었다.
그러나 「아카…」는 소재에 대한 겉핥기식의 접근에서 벗어나, 이들 주민이 현지의 마약왕 쿤사로부터 받는 핍박과 소수민족으로서 인접국가들로부터 당하는 설움등을 리포터의 체험을 토대로 깊이있게 소개했다. 특히 그들의 삶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전락해 가는 비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 딸들을 도시로 팔아야하는 부모의 모습등은 시청자들이 아카족의 현실에 진실하게 공감할 수 있는 모티프로 작용했다.
의식의 세계화가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늘려가는 것이라면, 「아카…」는 진지한 공감을 유도함으로써 세계화에 성큼 다가간 프로그램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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