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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승계」로 한국기업사 새장/LG 구자경회장 경영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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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승계」로 한국기업사 새장/LG 구자경회장 경영은퇴

입력
199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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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씨에 대권… 3세체제로/원로도 퇴역… 소유경영분리 시발/구회장 “퇴임후 공익사업만 관장” 『전문경영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중요한 의사결정은 컨센서스미팅을 활용해라. 권위주의로 그룹을 이끌어서는 안된다』 

 구자경 LG그룹회장은 20일 여의도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그룹경영이념선포 5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룹의 경영대권을 물려받을 자신의 큰아들이자 그룹부회장인 구본무씨에게 이같은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구회장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그룹경영대권을 구부회장에게 넘겨주는 회장승계식을 갖고 45년간의 경영활동과 25년간의 그룹회장활동을 결산하게 된다.

 그룹회장이 얼마든지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건강상태」에서 경영대권을 물려주는 「무고승계」는 메이저그룹중 LG가 처음이다. 구회장은 이런 의미에서 한국기업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회장은 사내 유선방송(CATV)으로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생중계된 기념행사에서 『시장과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전문경영체제를 갖추어야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고 특유의 경영관을 피력했다.

 LG그룹의 경영진은 22일 구회장의 퇴임을 계기로 환골탈태한다. 구회장의 전문경영인체제 강조는 이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창업주가족의 원로들이 구회장과 함께 물러나고 구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는 것이다.

 퇴임대상자는 구태회 그룹고문, 구평회 LG상사회장, 구두회 호남정유부회장겸 호유에너지회장, 허준구 LG전선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회장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이들은 고문으로 퇴역한다. LG그룹이 고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는 3세회장체제에 들어가면서 오너(창업주가족)경영진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격적인 소유경영분리를 예고해 주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10일 그룹정책위원회에서 이같은 방침을 이미 확정했다.

 LG그룹은 그러나 삼성 현대 대우등과 같은 소그룹제도입등의 그룹구조개편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영진을 개편하되 경영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5년전부터 시행중인 사업문화단위(CU)제가 정착단계로 들어섰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모든 계열사를 20개CU로 나누어 경영하고 있다.

 구회장은 삼성 현대등의 그룹이 소그룹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는 이미 CU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같은 개편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회장은 퇴임후 경영훈수를 일체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난재배등 취미생활에 전념하면서 그룹의 공익사업만 관장할 예정이다.<이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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