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정책·제도의 오랜 현안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의 뜨거운 쟁점으로 비약되고 있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문제에 단안을 내렸다. 정부의 이번 한은개편계획에서 두드러진 것은 첫째 한은의 최고정책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하도록 하고 금융통화위원회의장은 재정경제원장관이 금융통화위원 가운데서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것이다. 둘째는 한은산하에 두고 있는 은행감독원을 한은과 독립해 신설될 금융감독원에 흡수통합함으로써 한은의 은행감독권한을 제거키로 한것이다.
정부측으로서는 중앙은행으로서의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독립성은 상대적으로 강화시켜주되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부터의 완전한 독립성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위경제관리는 『통화·신용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80,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통화·신용정책을 맡는 중앙은행이 제4부처럼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했다.
사실 어느 나라도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이 배타적인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전통적으로 강하다고 평가되는 미국에서도 재무부와 연방준비은(FRB)사이에 정책협동과 협의의 채널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측이 야당측의 정치공세, 학계의 압력(교수1천여명의 서명), 이론적인 타당성 등에 밀려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문제에 대처하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은 이해도 되고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은자체에 대한 견제를 지나치게 의식한면도 없지 않은 것같다.
한은측은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한은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의장(현행 재정경제원장관)이 돼야하며 은행감독권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개편안에서 모두 거부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재경원과 한은의 한은독립성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결보다는 부처이기주의의 양상이 강해 본말이 전도된 감도 없지 않았다.
이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개편문제는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제고에 집중돼야 한다. 금융통화위원회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토록한 것은 금통위의 권한과 권능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금통위원회구성이나 금통위의장의 선출과정으로 봐 여전히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금통위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할것이다. 결국 제도 그 자체보다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요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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