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서 10리길 걸어 학교를 다녔던 소년, 「새나라」 소년잡지를 보며 책읽기의 경이로움에 처음 사로잡혔고 중학생시절 영어로 된 보들레르의 산문집과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외국문학에 눈 떠 지금은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있는 사람, 평론가 이태동씨가 살아온 궤적을 짧은 글로 정리한 수필집이다. 문학과 함께 해온 지난 생활의 은밀한 진실들이 파스칼의 「팡세」와 김소월 황동규의 시에 실려 더 깊어지고, 밀레의 「만종」, 피카소 이중섭의 그림들로 풀어낸 이야기에 진지한 문학도의 정신이 드러난다.
지금은 직업이 된 글읽기와 음악감상등의 취미를 유년체험을 통해 추억하면서 미국유학, 70년 이래의 강단경험을 담소하듯 들려준다.
황동규의 시에서 바퀴를 굴리는 이미지를 차용해 『내가 쓴 책, 해 놓은 일에 회의를 느끼던 때 문득 바퀴를 보고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것을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증거』라고 치환하는 건강함이 글마다 들어 있다.
몇 해전 사람과 자연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 「생의 마루턱에서」 이후 두번째 내놓은 수상록이다.민음사간·5천5백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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