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가 오는 4대지방선거중 단체장선거의 연기여부를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데 대해 국민들로서는 의심의 눈길을 보낼만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여당이 제기한 행정구역개편론이 혹시나 지방선거연기와 유관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혹이 일고 있는 터에 안기부가 연기여부를 검토한 것은 그같은 의구심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안기부가 산하지부장에게 보낸 「단체장선거연기문제검토」란 제목의 문서는 연기필요성, 모든 단체장선거의 전면연기와 기초만 연기하는 방안의 장단점, 연기때 국민투표회부 또는 지방자치법개정여부에 대해 여론을 조사 보고토록 되어있다.
안기부측은 연기논란이 계속될 경우 국론분열과 정국혼선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통상적인 자체분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대해 야당은 「지방선거를 연기하려는 음모」라고 반발하고 또 일각에서는 정치개입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는 원래 국가의 안전을 위해 국내외 중요정보 등을 수집·분석, 대처하는 중요한 국가보위기관이다. 그러나 지난날의 정보부―안기부는 권력을 남용, 정치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공작하는 등 정권유지활동을 일삼아 국민의 원성을 샀었다. 그 안기부가 6공부터 변화를 시도, 특히 문민정부이래 93년12월 정치활동 개입 금지를 규정한 안기부법 개정으로 대변신을 시도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연기검토가 국가안전을 위한 일상적인 판단자료의 수집, 여론조사라고 하더라도 지난날의 악몽을 기억하는 상당수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지금 정국은 여당이 제기한 행정구역개편론으로 긴장이 고조돼 가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민자당사무총장 등이 6월 선거전에 문제가 있는 행정구역개편을 여야논의에 부쳐야 한다면서도 명확한 공식당론, 즉 여당이 바라는 개편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로서는 뚜렷한 안을 만든 것이 없고 여야의 논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한 이홍구 총리의 발언은 책임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손댈 곳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처분만 바란다는 것인가. 지난주 고위당정회의에서 정부입장이 천명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부가 선거전 개편할 점을 먼저 밝히고 여당과 단일안을 만들어 야당에 제기, 협상케 해야 할것이다.
이총리는 오늘 국회국정보고를 통해 지방선거이전과 그 이후에 단계적으로 꼭 고쳐야 할 행정구역개편사항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6월 4대선거를 반드시 실시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게 천명되어야 한다. 그렇게해야 안기부 작업에 대한 오해도 풀리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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