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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골프/유석근(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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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골프/유석근(메아리)

입력
199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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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대통령 골프 쳤어!』 골퍼들에게 「대통령 골프」는 큰 행운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중 골프를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전만 해도 대통령이 필드에 나타나면 앞뒤로 두세홀에는 개미도 얼씬하지 못했다.

 따라서 요즘처럼 장사진을 치는 필드에서 어쩌다 골프장을 전세낸 듯 호젓한 라운드를 하면 「대통령은 이렇게 골프를 쳤구나」하고 괜히 흐뭇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보브 클래식골프대회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전직 포드, 부시대통령, 프로들과 함께 출전해 우리 신문들에도 크게 소개됐다. 골프에 대한 흥미만큼 실력이 안 따라주는 이들은 구름같이 몰려든 갤러리속에 티샷을 날리기도 했고 이 바람에 세 사람이나 볼을 맞아 한 할머니는 안경이 깨지고 피를 흘리는 수난을 당했다. 하지만 갤러리에게나 대통령들에게나 모두 화제가 만발한 즐거운 하루였다.

 그렇지 않아도 클린턴 대통령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파업관계로 신문의 스포츠면에 연일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파업이 6개월을 넘어도 끝날 기미가 없자 클린턴은 노사 양측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다 앉히고 중재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 이제는 의회에 해결안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전에도 많은 대통령들이 스포츠에 개입했다. 1·2차 세계대전시 병사들이 전장에서 쓰러지는 중에도 윌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사기를 돋운다는 차원에서 야구경기가 계속되도록 안간힘을 썼다. 또 1900년대초 테디 루스벨트대통령은 럭비가 너무 과격해 부상자가 속출한다며 학부모들이 폐지를 주장하자 룰을 개정, 오늘날 미식축구가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스포츠는 국민들 생활의 큰 부분이다. 행복한 삶의 수단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파업을 해결하려는 클린턴의 끈질긴 노력을 「인기만회를 노리는 전술」이라고 느끼는 미국인들은 우리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씨름이 독재시대 정치적 필요에 의해 탄생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스포츠계 요직은 정부의 낙점에 의해 채워지고,「대통령 골프」라는 조어가 남아 있는 우리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상황이다. 「스포츠 천국」과 「스포츠 공화국」의 차이인가 보다.<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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