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에서 행정구역개편논의가 불붙은지 1주일째되는 20일아침 민자당사 김덕룡 사무총장방. 기자들을 맞은 김 총장은 안기부문건 사건에도 아랑곳없이 이날도 그의 단호한 의지와 의욕을 강조했다. 『시간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야당이 반대한다고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등등. 거의 같은 시각 같은 건물안의 다른 고위당직자방 분위기는 김 총장과는 너무나 달랐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야당과의 합의없이 어떻게 법을 고칠 수 있겠는가』 등등.
이어 한 정책위관계자방. 여기에서는 민자당이 행정구역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그의 대답. 『아직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 논의를 해봐야한다』
이들이 모두 모였던 고위당직자간담회가 끝난뒤 박범진 대변인이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아예 행정구역개편문제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물어보는 이도 없었다. 『고위당직자들마다 생각이 다르니 무엇을 발표해야할지 대변인도 마음고생이 많을 것』이라는 뒷말만 나왔다.
이날 낮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춘구 대표와 당3역이 잇따라 인사에 나섰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뜨거운 감자를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제기된 이후 민자당의 모습은 이처럼 「혼선」과 「의도적인 외면」으로 요약된다. 당직자들은 당직자들대로,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저마다 시각이 달라 좀처럼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괜히 발을 담그기 싫다』는 식으로 수수방관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당지도부가 이들을 한데 모아 조정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개편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만 있지 실체는 없는」이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총대를 멘 16명의 초재선의원들이 여지껏 아무런 개편안도 내놓질 않고 있는게 대표적 예이다. 이처럼 명분만 내건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음모론」공세에 허우적대는게 민자당「세계화」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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