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는 우리에게 세계화 못지않은 어려운 작업이다.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정부의 통치이외에는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를 위한 행정을 주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년전 선거를 통해 출범한 지방의회들은 지역에따라 큰 격차를 보였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크고 작은 대책과 민원사업등을 차근차근 챙겨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밝게 보여준 곳도 있으나 지나친 해외여행비 지출과 이권개입등으로 물의를 빚은 곳도 많다. 특히 최근 일부지역에서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의원들이 1년치 의정활동비를 미리 인출해 나눠가졌던 불상사는 중앙정치권의 악습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푸른 신호등도 켜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노력하여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의 지방화 작업이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는 반가움을 안겨준다. 각지역의 경제발전과 자립이야말로 지방화의 성패가 걸린 과제이기 때문이다.
94년 전국 15개 시·도가 해외시장 개척단·국제박람회·해외상설 전시판매장등을 통해 45개국에서 맺은 수출 계약액은 18억8천56만달러로 93년의 1.6배에 이르고 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중소기업 육성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시장·도지사가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해외로 나가 뛰는등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무부가 밝힌 시·도별 수출액을 보면 인천이 4억2백4만달러로 가장 많고 경기도 2억8천3백78만달러, 경남 1억6천8백만달러, 전남 1억5천6백만달러, 경북 1억4천6백만달러, 서울 8천만달러의 순이다.
전남은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조규하 지사가 경험을 살려 수출을 독려하고 있고 경남의 김혁규 지사는 작년 5월 지자체중 처음으로 경남무역이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을 때는 지역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과 열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검토대상이 될 만하다.
내무부는 앞으로 중소기업 수출을 돕기 위해 민관합동의 지방무역회사 설립을 장려하고 지방 수출업체에 육성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지역의 통상전문가를 육성하는등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지방마다 대학들이 있으므로 대학의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서울에서 관직등을 통해 수출업무에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내려가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말썽많은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도 해외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짠다면 생산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지방화도 세계화처럼 빨리 중점과제들을 선정하여 헤매는 시간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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