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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출자 단계허용」 분석 돋보여/이필상(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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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출자 단계허용」 분석 돋보여/이필상(나의 지면평)

입력
1995.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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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는 소유분산이 잘된 재벌기업의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 내용을 주요기사로 다루고 소유분산을 유도하여 재벌기업의 개인지배를 막는 적극적 조치라고 지적했다(12일자 1,5면). 재벌기업의 상호출자는 일반국민들에게 이해가 쉽지 않은 전문경제문제이나 국민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중대사안이다. 한국일보는 이 문제를 알기 쉽게 분석·보도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올바른 재벌정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계열사간 상호출자란 실질적으로 같은 돈이 몇개 계열사를 오가며 외형만 부풀리는 가공자본이다. 이러한 상호출자는 과거 국내재벌기업들의 대표적인 문어발식 기업확장 수단이었다. 따라서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금지규정 때문에 재벌기업들의 경쟁력강화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계열사지분을 다른 기업이 집중매입할 경우 경영권이 불안해지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재벌정책의 골간을 소유분산으로 정하고, 상호출자 규제는 풀되 대신 소유분산으로 경제력집중을 막자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부의 신재벌정책은 기업들이 무한경쟁의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으로 소유기반의 확대와 대형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일보는 이러한 점을 중시하여 정부의 신재벌정책의 의미를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재벌기능의 긍정적인 변화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계열사간 상호출자허용은 효과이상으로 문제가 많다. 정부의 상호출자허용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위장분산이다. 그동안 재벌기업들은 위장분산을 통하여 외형적으로는 소유분산을 가장하고 내용적으로는 독점소유를 계속 유지해 왔다. 현재 국내 60대 재벌그룹의 창업주및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내부지분율이 50%나 된다. 이는 결국 재벌기업들의 실질소유는 사기업형태로 국한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소유구조 하에서 소유분산의 촉진은 기업주및 친인척간에 위장분산을 촉진하는 것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이는 특히 금융거래상 차명이 실질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더욱 확연하다. 그렇다면 정부정책은 재벌기업들에게 상호출자및 문어발식 확장만 더욱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되고 만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벌기업의 활성화 정책이라 할 만큼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각종 규제의 완화와 공기업민영화는 물론 사회간접자본등 대규모 국가사업들까지 실질적으로 재벌기업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16일자 1면). 따라서 이번 소유분산정책도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지나친 비만으로 재벌기업들은 자기 몸무게에 눌려 스스로 쓰러지는 공룡의 체질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형성장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보다 기술개발의 풀뿌리로서의 중소기업 발전을 강화하여 국적있는 기술개발체제를 갖추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문어발식 확장을 촉진할 수 있는 상호출자의 허용은 오히려 국제경쟁력강화에 역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호출자금지의 강화와 소유분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이 긴요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형평성 있는 분석을 통해 정말로 바람직한 재벌정책을 제시하는데 언론의 예지가 요구된다. 여기서 언론은 정부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보복성 내부거래조사를 하는 등(18일자 1,5면) 행정권을 정치무기화하는 과거 독재정권시대의 관행도 당연히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려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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