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2월12일) 서울시내 한 곳에서 부부들의 작은 모임이 있었다. 작지만 긴 모임이었다. 상오9시부터 하오7시30분까지 계속되었다. 먹고 마시며 친목회를 갖자고 그리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함께 식사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변함없는 세상의 빛으로 전진하는 길동무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더욱 친밀히 소속감을 다지며 새로운 활력을 나누기 위하여」 한 자리에 모였었다. 그날은 아직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은 「세계결혼기념일(WORLD MARRIAGE DAY)이었다. 이 날은 1980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부부의 노력으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부부는 우리 젊은이들까지도 초콜릿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밸런타인 데이에 맞추어 참으로 좋은 「연인들」인 부부들의 이상을 다시금 기억하고 그러한 삶을 다른 부부들과 나누고 싶어 시장, 주지사, 대통령, 교황에게까지 건의하여 이 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밸런타인 데이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많은 부부들이 이 날을 경축할 수 있도록 2월의 둘째 주일을 세계결혼기념일(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같은 정신으로 한국의 뜻있는 부부들이 모여 부부의 삶을 나누고 올해의 가장 사랑스러운 부부도 뽑았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권위가 가정에 냉기를 돌게 하는 우리네 가정에서는 매우 생소하게 들리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부부를 생각할 때 으레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일로 꼽는다. 그 다음으로 꼽는 것이 노부모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도리다. 그래서 훌륭한 부모상이나 효자·효부상은 있어도 부부상은 보지 못했다. 훌륭한 부부란 어떤 부부일까? 그들은 아마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부부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성서는 말한다. 「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고 부르리라 …아담내외는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러운 줄 몰랐다」(창세기 2: 23∼25). 부부의 관계는 이렇게 동일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부끄러울 것이 없고 서로 돕고 성장하는 공동존재(짝)이다. 세계결혼기념일을 기억하며 부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김종수 신부·천주교주교회의 사무차장>김종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