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톤에서 강렬한 색상까지/투피스·란제리 룩 등 디자인도 다양 분홍색이 밀려온다.
요즘 백화점이나 거리의 쇼윈도에는 유난히 분홍색 옷들이 두드러진다. 외국에서도 코코 샤넬, 아이작 미즈라히, 랄프 로렌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잇따라 분홍색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봄은 여성의 옷차림에서부터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는 흐름이다.
분홍색도 가지가지다. 진달래 같은 진한 분홍이 있는가 하면 솜사탕 같은 옅은 분홍이 있고 탁한 인디언 핑크도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에서는 파스텔의 튀지 않는 분홍색이 많은데 반해 외국에서는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분홍색이 주류다. 소재는 따뜻한 느낌의 니트, 광택 나는 실크, 새틴, 망사등 다양하고 디자인 역시 기본적인 정장 투피스에서부터 란제리 룩, 번쩍이는 디스코 스타일의 시가렛 바지, 하늘하늘한 봄외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분홍색의 유행은 전반적인 복고풍의 반영이다. 분홍은 전통적인 여성색으로 60년대까지만 해도 봄옷에서 가장 선호되던 색상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70년대 들어서면서 분홍은 유행에서 자취를 감췄다. 복식사가들은 그 가장 큰 이유로 여권운동을 꼽는다. 여권운동이 서구사회를 휩쓸면서 분홍은 남성을 유혹하거나 여성의 나약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77년 미국에서 발간된 「성공을 위한 여성의 옷차림」이란 책에서는 직장에 입고 가지 말아야 할 옷으로 분홍색 투피스를 제일 먼저 꼽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성들도 자기 주장을 할 줄 알게 됐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만만해졌다. 때문에 이제는 분홍색도 여성을 인형처럼 보이게 만드는 색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화사하고 건강한 여성에게 걸맞는 색으로 여기고 있다. 수많은 복고풍 중에서도 분홍의 재래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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