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반은 여성이지만 사회는 대개 남성들이 지배한다. 여성들이 반의 분량만큼 책임지는 분야는 찾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더욱 그렇다. 발명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분야다. 사람의 반이 여성이라면 발명의 세계에서도 여성들이 그 몫을 차지해야 한다. 일상 생활의 불편을 극복하려는 의욕이 발명을 낳는다면 더욱 그렇다. 여성들은 생활필수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 발명가들의 왕성한 활동을 보도(본보 15일자 17면)한 기사는 많은 독자반응을 얻었다. 여성들이 발명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93년부터 한국여성발명가협회(회장 하상남·69)를 조직해서 친목을 다지고 서로 격려하며 여성들의 참여를 돕고 있다고 한다. 발명계에서 먼저 어려움을 경험한 이들이 협회를 만들어 보다 쉽게 뒤를 잇도록 돕는 것이다.
아직 여성 발명가들의 실적은 미미하다. 특허청 조사에 의하면 개인등록의 경우 특허·실용·의장등록을 합해서 93년도에는 2백30건, 94년도에는 2백52건에 불과했다. 남성들의 등록 건수가 각각 9천94건과 8천8백45건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그러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간 여성들이 땀흘려서 얻어낸 결실이라 생각하면 어느 발명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성 발명가들의 발명품은 섬세한 재치가 번득이는 생활용품이 많다. 발명은 학력이나 나이와 별로 관련이 없다. 대표적인 특허가 요리 연구가 하선정(73)씨의 액체육젓과 회전요리상, 하상남씨의 피부노화방지용 세리온비누, 최영자(60)씨의 소금과 송진을 섞은 치통치료제, 황소현(50)씨의 쉽게 뽑아내는 파워 플러그, 황연숙(39)씨의 세균 없애는 전화 패드 등이다.
남성 발명가도 같은 처지지만, 이들이 등록한 특허가 상품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 발명과 개발에 개인재산을 털고, 다시 제품화에 필요한 뒷돈을 대기란 벅차다. 정부의 지원금은 타기 어렵고, 기업은 위험 부담을 꺼리고 있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이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인구의 반인 여성들의 창의력을 북돋우고 지원하는 일에 사회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생활부장>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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