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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포의 「컴퓨터대도」/미트닉 체포경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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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포의 「컴퓨터대도」/미트닉 체포경위 화제

입력
199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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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잡는데는 해커가 최고”/컴퓨터보안가 시모무라 컴퓨터에 침입/덫 설치한후 자존심건 50여일 추적 “덜미”/범인 18세부터 13년간 주요기관 정보망 침투 “신출귀몰” 컴퓨터 천재들간의 불꽃튀는 한판 승부였다. 컴퓨터에 관한한 세계최고라고 자부하는 두 천재가 최고도의 테크닉을 동원해 도전과 응전의 선악대결을 벌여 결국 선이 이겼다. 악명높던 미국의 한 컴퓨터 해커가 지난 15일 극적으로 체포되면서 그와 그를 잡은 「해커 사냥꾼」간의 대결과정이 흥미진진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제의 범인은 케빈 미트닉(31). 그는 지난 2년여간 미연방수사국(FBI)의 수배를 따돌리며 미국전역을 종횡무진하던 공포의 컴퓨터 해커. 정부·기업등 주요기관에서 수천건의 정보자료를 빼내고 2만여개의 신용카드 번호를 훔쳐내는등 컴퓨터범죄의 극치를 달려온 대도이다. 그가 빼낸 기업비밀만 해도 수백만 달러어치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자신의 「기술」을 뽐내기 위해 일부러 해커흔적을 남기기까지 했던 대담한 범인이다.

 또다른 주인공은 컴퓨터보안전문가인 쓰토무 시모무라(30). 일본국적인 그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컴퓨터보안연구기관인 「슈퍼컴퓨터 센터」의 최정예 요원. 그가 개발한 보안시스템이 현재 FBI등 주요기관들에 의해 채택되어 있다.

 두 사람간에 대결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때였다. 미트닉이 먼저 도전장을 냈다. 미트닉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인 인터넷을 통해 샌디에이고에 있는 시모무라의 홈 컴퓨터에 침입, 다른 정보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컴퓨터보안시스템 관련정보들만 고스란히 빼내가 시모무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시모무라의 대추적작전이 시작됐다. 시모무라는 미트닉을 잡기 위해 역해킹수법을 썼다. 미트닉의 먹이감이 될만한 주요 컴퓨터망들을 골라 감시시스템을 설치하고 FBI와 공조체제를 갖추었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해커추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매일같이 밤부터 새벽동이 틀 때까지 추적작업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해커를 잡기위해 또다른 해커가 필요했다』고 표현했다. 추적결과 시모무라는 자신의 홈컴퓨터에 침입했던 해커가 전화회사의 교환기를 이용해 모토로라사와 애플 컴퓨터사에도 침입한 적이 있으며 상업컴퓨터망을 통해 2만여건의 신용카드번호도 빼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요한 단서가 잡힌것이다. 이 해커가 FBI의 수배대상인 미트닉이라는 신원을 밝혀낸 것은 지난 11일. 미트닉이 해킹때 노스캐롤라이나의 랠리에서 휴대폰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다음부터는 식은 죽 먹기. 결국 미트닉은 15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에서 한창 해킹에 빠져있다가 들이닥친 수사관들에게 검거됐다.

 미트닉이 해커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8세이던 지난 82년 북미방공사령부 컴퓨터에 침입한 것이 발각된 다음부터다.  89년에는 장거리전화회사인 MCI와 디지털 컴퓨터사의 보안장치를 훔쳐낸 혐의로 1년형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그의 변호사는 미트닉이 범죄자가 아니라 컴퓨터 중독환자라고 변론했다. 미트닉은 실제로 컴퓨터를 못 만지도록 하는 전문치료를 받기도 했다. 형기를 마친후에도 그는 줄곧 FBI의 감시하에 있었으나 90년 11월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이번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FBI의 한 수사관은 『미트닉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다 결국 자신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고 말했다.<뉴욕=조재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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