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뒷걸음 현실에 무거운 분위기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및 교류협력에 관한 기본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가 19일로 발효 세돌을 맞는다. 3년전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우리측 정원식 국무총리(현 세종연구소 이사장)와 북한측 연형묵 정무원총리(현 자강도당비서)는 각각 노태우 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이 서명을 마친 4장25조의 합의서 문안을 교환했다.
정부는 이날을 기념해 해마다 남북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국무총리를 비롯, 전·현직 회담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리셉션등 기념행사를 개최해왔다.
올해는 17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역사적 문건」을 발효시킨뒤 그 어느하나도 실천시키지 못한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듯 무겁기만 했다.
정전총리는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기본합의서가 발효되자 인생에서 가장 뜻있고 큰 일을 했다고 믿었다』면서 『그러나 밝은 지평을 열 수 있는 굳건한 바탕이 마련됐음에도 우리는 어두운 터널을 반대방향으로 지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북한측에 대해 『화해와 협력의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망주의 유령이 북한땅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기본합의서가 발효된뒤 92년9월의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기본합의서 산하 각 공동위원회의 첫 회의 일정이 합의됐었다. 화해·군사·경제교류·사회문화공동위등 4개위원회가 개최되고 쌍방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이는 소위원회가 구성돼 세부문건을 합의하게 되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만개」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남조선 노동당 사건」과 북한핵문제의 돌출로 기본합의서는 동면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2주년 기념식에서 이영덕 당시 통일부총리는 『추운 겨울밤을 지나 먼동이 틀 것같은 느낌』이라고 기대를 표시했었다. 당시 우리측은 북한과 협의중이던 남북특사교환을 통해 기본합의서 체제를 가동시키고 각 분야별 공동위를 개최,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실천단계로 끌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17일 세미나에서 김덕 부총리의 인사말은 기본합의서 발효후 3년간 남북관계가 오히려 뒷걸음쳐 왔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는 화해협력시대의 개막을 거론하는 대신 『이산가족의 평양축전 참관등 작고 쉬운 문제부터라도 실천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남북화해의 결정적 「도구」로 여겨졌던 남북기본합의서는 아직도 깊은잠에서 깨어 나지 못하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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