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제품에 따라 광고전략을 세우기가 아주 까다로운 것이 있다. 광고하려는 제품이 가전제품이라면 기술의 우월성이나 소비자의 반응등을 이용해 제품의 우수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패션의류라면 제품의 질적 우수성 보다는 추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CF의 중심전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제품이 화장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화장지의 질을 부각하기도 약하고, 엄청나게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도 자칫 우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만화영화 속의 동물을 등장시키는 것도 상투적이고…. 최근 TV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티슈 CF는 짧지만 참신한 방법으로 제품의 질과 이미지를 한꺼번에 환기한다. 모델은 한참 주가가 오르고 있는 탤런트 채시라. 이별을 주제로 한 15초간의 드라마로 구성됐다.
상심한 채시라의 모습이 열차의 차창에 어린다. 열차가 막 증기를 내뿜으며 떠나려는 찰나이다. 차창밖으로 무언가를 찾는 채시라. 그러나 창밖으로는 추억처럼 무심한 한 쌍의 연인이 지나칠 뿐이다. 상념에 젖는 채시라. 이때 채시라가 흠칫 놀란다. 저쪽 공중전화 부스 모퉁이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언뜻 나타난다. 열차가 떠난다. 채시라의 눈에 한방울 눈물이 흐른다.
전혀 대사없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던 CF컷이 이 순간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단 한줄의 카피(광고문안)가 화면에 흐른다. 「크리넥스로도 닦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제작팀은 이번 CF에서 그동안 즐거운 가족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소구방식을 탈피, 제품의 이미지를 젊고 고급스럽게 바꾸려 했다고 밝혔다. 이별의 모티브는 영화 「연인」의 이별장면에서 착안했다.
카피를 쓴 김준희(25·오리콤)씨는 『티슈제품에서 갖는 크리넥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제품의 부드러움을 역설적으로 강조했으며, 잠재적으로는 희로애락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의 속성을 부각한 것』이라고 말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