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모래시계」(장명수 칼럼:178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모래시계」(장명수 칼럼:1781)

입력
1995.02.17 00:00
0 0

 지난 6주동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16일 저녁 24부로 막을 내렸다. 지난 6주동안의 그 뜨거운 바람, 많은 사람들에게 열병을 전염시켰던 그 회오리 바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가 그 드라마를 처음 본 것은 2부, 아니면 3부였는데 우석의 하숙방에서 열린 문사이로 태수가 혜린을 처음 바라보던 아름다운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나는 최민수의 외할머니인 「눈물의 여왕」 전옥씨의 무대를 울며불며 여러번 보았고, 부모 최무룡·강효실씨의 젊은날을 좋아했는데, 그날 최민수가 태수라는 거친 청년의 얼굴로 한 여자에게 이끌리는 섬세한 설렘의 표정 연기는 그가 물려받은 명배우들의 피를 새삼 떠올릴만큼 빼어났다.

 그렇다면 그 피를 끌어내어 아름답고, 처절하고, 불꽃튀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모래시계」열풍은 작품의 주인공인 태수·우석·혜린·재희·종도들, 그 역을 맡은 최민수·박상원·고현정·이정재·정성모등 배우들, 작품을 만드는 감독 김종학·작가 송지나·음악 최경식·카메라 서득원등 스태프에 대한 궁금증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점점 뜨겁게 달아 올랐다. 누가 드라마속의 인물이고, 누가 현실속의 인물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각 신문들은 작품속의 인물, 배우, 스태프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기사화했는데, 열병에 전염된 사람들은 모든 신문의 기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인데도 읽지 않고는 못배겼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송지나인지, 김종학인지, 박상원인지, 태수인지, 재희인지, 자기도 잘 알 수 없는채로 매일매일 사람들은 「모래시계」에 중독돼 갔다.

 「모래시계」의 성공은 제작진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그것을 갈구해온 시청자들의 행복한 만남이다. 광주항쟁과 삼청교육대등 지난 시대의 금기에 도전한 용기, 보는 재미를 한차원 높인 화끈한 폭력, 빼어난 영상의 아름다움, 선이 굵은 우정과 사랑, 제도권 폭력과 부패에 대한 통쾌한 고발,비수처럼 가슴을찌르는 대사등 인기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힘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제작진의 정열이었다.

 작가와 감독은 그들의 젊은날이었던 70년·80년대, 그 어두운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던 젊은이들을 우리앞에 불러냈다. 그들은 그 시대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집념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적어도 천만명이상의 마음을 흔들었다.

 「모래시계」에 대한 몇가지 불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열풍에 기꺼이 뛰어들었던 것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그 작품으로 우리가 잊고 있던 그 무엇을 말해줄, 소중한 인재들을 가졌다는 기쁨때문이었다. 그것은 드라마 한편의 성공 이상의 것이었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