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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합의 파기위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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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합의 파기위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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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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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외교부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한국형 경수로 원전의 수용을 강요할 경우 북·미핵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은 크게 놀랄일이 아니다. 북한은 작년11월과 이달초 베를린서 열린 경수로제공을 위한 북·미전문가회의에서 한국형 거부의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에 예상됐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왜 이때 핵합의의 폐기까지 들먹이는 배수진 전략을 구사했느냐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첫째 최근 워싱턴서 있은 한미외무장관회담서 한국형원전과 남북대화재개원칙을 재확인한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또 공로명 외무장관이 핵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올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의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성명은 또한 경수로건설과 관련, 요원훈련과 송배전시설비용 5억∼8억달러를 추가획득하기 위한 양동작전일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핵이행에 한국배제―남북대화재개 기피를 하려는 계산도 담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이 정권수립이래 거둔 최대의 성과이고 특히 김정일의 승리라고까지 자랑하는 북·미합의를 당장 폐기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성명은 앞으로 있을 제3차 경수로전문가회의, 그리고 나아가 4월21일까지 북한과 코리아에너지기구(KEDO)간의 원전공급협정체결서 보다 많은 것을 얻고 또 유리한 립지(입지)를 확보하려는 공갈내지 위협용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북한성명이 나온 직후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이 의회증언에서 『북한에 지원할 원전은 한국형만이 유일한 대안이고 한국이 건설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는 것만이 실행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북의 성명이 상투적인 협박이고 미국이 한국형을 못막고 있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결코 안된다.  미상하원을 북한에 강경한 공화당이 석권했다해도 정부와 의회 모두 핵합의를 파기하기보다는 철저히 이행하려는 자세다. 때문에 이를 위한 북한달래기로 한국형을 다른 이름으로 돌변시키고 KEDO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미국의 기업이 모든 계약을 전담하며 한국은 건설을 주도하기는 커녕 막대한 자금만 내고 가급적 전문인력이 북한에 가지 않는 한 부분의 건설만을 하청받는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합의서를 넘어 북·미가 얼마든지 손잡고 흥정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수로 협상과 정치공세가 시작된 지금부터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한국형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단한푼의 건설자금지원도 할 수 없고, 나아가 핵합의의 폐기를 먼저 선언할 것임을 미국과 북한에 확실히 통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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