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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집에 가고 싶어요”/일 지진후 한달… 고아된 김성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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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집에 가고 싶어요”/일 지진후 한달… 고아된 김성랑군

입력
199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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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생활… 후유증에 잠못이뤄/이젠 모든것 아는지 동생 얘기도 안해 간사이(관서)대지진이 고베(신호)시를 할퀴고 간 지 17일로 꼭 한달. 지진으로 졸지에 천애고아가 된 김성랑(김성랑·5)군은 그뒤로 말을 잃었다. 오사카(대판)의 외할머니집에서 지내고 있는 성랑군은 지금도 밤만되면 무서워 할머니 품에 파고 든다.

 자면서 식은 땀을 흘리거나 흠칫 놀라 깨는 일도 잦다. 지진 후유증이다. 가끔 입을 열어 『고베의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외할머니 강의자(65)씨는 안쓰러워 눈시울을 적신다. 

 고베시 나가타(장전)구에서 넉넉하지 않지만 단란하게 살아가던 성랑군의 식구들은 그날 지진으로 성랑군만 남겨두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구두디자이너였던 아버지 김형일(35)씨와 임신 7개월이었던 어머니 안화대(32)씨, 국민학교에 다니던 형 성기(7)군은 이제 하늘나라에 가 있다.

 성랑군은 당시 식구들이 나란히 누워 숨져있던 무너진 집더미속에서 지진발생 30시간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지진소식을 듣고 고베시로 성랑군 가족을 찾아나선 외할머니 강씨와 외삼촌 안승태(35)씨가 허물어진 성랑군의 집주위를 맴돌며 꼬박 하루를 찾아 헤맨 끝에 이튿날 아침 집더미속에서 성랑군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성랑군은 집이 무너질 때 어머니가 덮어준 두꺼운 이불 덕분에 천행으로 생명을 건졌다.

 외할머니 강씨는 부모·형제가 저세상 사람이 된 사실을 성랑군에게 아직 숨기고 있다. 지난달 24일에 있었던 가족의 장례식도 성랑군이 모르게 치렀다.하지만 성랑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강씨는 말한다. 지진을 당하기 전에는 『내 생일날(4월10일)이 되면 나도 동생이 생긴다』고 자랑하던 성랑군이 요즘은 동생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오사카=이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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