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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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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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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중국에서 배운 것인가, 빼어난 경관으로 손꼽히는 팔경)이 곳곳에 있다. 관동팔경이 그 대표적이라고나 할까. 요즘 서울의 팔경을 말한다면 국립공원인 북한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산의 정상인 해발 8백36의 백운대엔 보기에 흉한 쇠막대기가 박혀 있다. ◆문제는 이 쇠막대기가 「일본이 한국의 혈을 끊기 위해 꽂았다」는 구전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구전일뿐 근거자료가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반론이 제기된다. 방위 측정용으로 설치되지 않았겠는가라는 주장이다. 백운대 철주 제거작업에 나선 어느 산악회는 10년전 그 숫자가 22개인 것으로 밝혀냈다. ◆북한산 뿐만 아니라 강화도 마니산, 충남의 계룡산등 전국 명산에 거의 묻혀 있다고 한다. 일제가 세운 말뚝은 바위속에 시멘트까지 비벼 넣어 견고하기 이를데 없다. 특수장비를 동원하지 않으면 제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차원의 작업은 한계가 있을 것도 같다. ◆정부가 광복50돌을 맞아 일제의 잔영을 청산한다는 뜻에서 3·1절기념행사 계획의 일환으로 이 쇠말뚝 뽑기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민족정기를 회복한다는 의지가 이해되나 지나친 관주도라는 인상이 아무래도 언짢다.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가 후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쇠말뚝 제거는 역시 정신운동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옳을 것 같다. ◆3·1절부터 시작될 광복50돌 기념행사는 떠들썩한 잔치도 좋지만 「자기 발견」이라는 내면의 추적이 치열했으면 하는 희망이 앞선다. 그런 뜻에서 일제에 의해 고쳐진 지명을 바로 잡는 복원은 뜻있는 작업으로 평가할만 하다. 선행되어야 할것은 철저한 실태조사와 고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역사의 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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