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 기강확립 「경고」도 안먹혀/지역정서 등 영향 대책 엉거주춤 민자당 지도부의 표정이 굳어있다. 잇단 당직거부 때문이다.
남재두 의원의 교육연수원장직거부, 김영구 의원의 총무경선포기, 반형식 의원의 부총무직 거부등이 이어졌다. 또 민원위원장에 임명된 공화계의 이택석 의원은 청와대의 임명장수여식(13일)과 신임당직자만찬(14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전선거운동혐의로 내사받던 이호정 의원은 의원직사퇴서를 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했다.
집권여당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영이 서지않고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당사자들의 변은 있다. 남의원은 『JP바람이 거센 현실에서 지역(대전동갑)을 지켜야한다』고 말했고 김의원은 『이미 총무를 해봤는데…』라고 해명하고있다. 반의원은 『나이(61)가 많다』고 말했다. 이택석 의원은 『어제까지 JP사람이었는데 덥석 임명장을 받을 수 있느냐』고 의리를 내세웠다. 그후 이의원은 외부와의 연락을 피했으나 그와 통화한 신당의 김용채 전정무1장관은 『골치 썩이지 말고 나오라고 했더니 이의원이 웃더라』며 신당동참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호정의원은 뚜렷한 해명도 없이 『나중에 할말을 하겠다』며 슬그머니 사퇴서를 거둬들였다.
당내 분위기가 이처럼 어수선해지자 이춘구 대표는 누차 기강확립을 강조, 이완현상을 차단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대표의 「경고」가 그리 무게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당내일각에서는 『권위주의체제때도 여권내부는 항상 갈등이 내재해 있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여권에서 대통령의 영, 특히 인사권이 훼손된 사건은 별로 없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선거를 넉달 앞두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당직거부등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이완현상에는 일부 지역의 미묘한 기류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당내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충청권의 의원들은 JP기류를 의식하고 있고 대구·경북의 의원들도 TK정서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또한 구 여권출신의 상당수 의원들은 15대공천에서의 물갈이를 예상하고 오로지 지역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시대상황과 현실의 괴리에서 일탈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어차피 미봉책으로는 풀리지 않을 문제다. 선거를 통한 인적재구성만이 해답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생각이 민주계의 내심일 수도 있다. 따라서 민자당은 이같은 이상기류를 보면서도 뾰족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반현상은 지자제선거 결과에따라 잠복할수도, 증폭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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