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통상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자세는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또한 지나치게 민감하고 감정적이다. 담배시장을 열 때나 바나나를 수입개방했을 때, 또 쌀시장 개방과 UR파동이 일어났을 때 국난을 당한것처럼 온나라가 떠들썩했었던 것이 하나의 경험적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를 국책으로 내세워 스스로 문을 활짝 열고 있는 본격적인 개방시대를 맞아 통상압력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보다 이성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타산할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행정부와 의회에서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국가적 차원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이 한동안 잠잠하던 한미통상관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상무부가 ▲해외시장확대에 초점을 맞춘 국가수출전략을 추진하고 ▲거대유망시장(빅 이머징 마켓)을 특히 집중적으로 공략키로 한 것이 새로운 「압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출공략의 대상이 되는 12개 빅 이머징 마켓(BEM)에 한국시장이 포함됐기 때문에 종래와는 다른 더 거칠고 강압적인 파상적 공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우리가 열위에 있는 환경 금융 정보 수송 에너지등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것이어서 대응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지금 한미간에 걸려 있는 통상현안은 관세와 내국세인하등 자동차시장 추가개방과 소시지등 육류 유통기한 연장, 지적재산권보호 강화와 금융·외환시장추가 개방등 발전적으로 협의 개선돼 가고 있는 몇가지 사안밖에 없다.
이런 현안들은 외무·통산장관의 잇단 방미협의와 예정돼 있는 후속 실무협상에서 전향적으로 해결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새삼 논란을 벌일 문제는 아니다. 어떤 구체성없이 「일반적인 우려」의 형태로 대두되는 이른바 BEM공략의 새로운 현안이라는 것도 아직은 문제될 것이 없고 앞으로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본다.
문제는 우리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다. 상대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다. 미국이 우리시장을 BEM으로 본다면 우리에게 미국시장은 초거대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우리는 89년의 4.2%에서 지난해 2.7%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이 공세적 수출드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주고 받는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서 확대균형쪽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쉽고도 확실한 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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