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개념」 도입… 기획생산판매의 전과정 개입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일본상품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중 하나가 바로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것(경박단소)으로 특징지어진 디자인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 디자인업계는 최근 들어 개별제품뿐 아니라 그 주위 공간과의 조화까지를 고려한 토털디자인을 추구하며 현수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새 변신을 시도하는 일본 디자인업계와 불황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패션업계의 현황을 알아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 하코네(상근)의 조각공원. 로댕을 비롯한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된 이곳에서는 「뜻밖의 장면」을 함께 볼 수 있다. 머리하얀 노인네들에서부터 어린이들까지가 이젤을 펴놓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 한장에 연필 한 자루로 스케치하는 모습을 쉽게 만난다.
일본에선 경치가 그럴듯한 어딜 가도 으레 이런 광경을 보게 된다. 그저 그림그리는게 좋아서,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서 그린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이다.
도쿄에는 곳곳에 목공가게가 있다. 이들 가게는 조각칼과 나무토막을 사는 사람들로 종일 붐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산 나무조각으로 장난감을 만든다. 종이 접기 역시 일본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로 종이접기용 책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이처럼 일본사람들은 손 놀리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직접 만든 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습성에서 비롯됐는지 일본 제품은 디자인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 상품이 세계를 석권한 것은 우수한 기능과 앞서가는 마케팅 전략이 큰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작 일본의 디자인 전문가들은 요즘 걱정이 대단하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 디자인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JIDPO-JAPAN INDUSTRIAL DESIGN PROMOTION ORGANIZATION)의 아오키 시로(청목 사랑·46)프로젝트 추진부장도 그런 견해를 가진 전문가중 한명이다.
그는 일본상품의 디자인이 전체와의 조화를 못이루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TV건 냉장고건 오디오건 개별 제품의 디자인은 아직도 뛰어나지만 그 물건들의 주 사용자가 누군지, 주로 사용하는 시간은 언젠지, 이용자의 동선(동선)은 어떤지, 또 그것들이 놓일 공간의 크기는 어떤지등에 대해서는 별로 감안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똑같은 문제는 존재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기획·판매가 워낙 뛰어나 그런 결점을 메우고도 남았었다. 그때만 해도 디자인은 생산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아오키부장은 『이제는 그런 식이 안 통합니다. 소비자의 요구가 달라졌으니 디자인도 거기에 맞춰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 디자인회사인 히라노(평야)디자인의 히라노 데쓰유키 (41·평야철행)사장은 일본 디자인의 또 하나 위기로 생산기지의 동남아 이전을 지적했다. 이는 디자인보다 가격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견해는 디자인이 생산의 종속물로 취급되어 온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오키부장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처럼 일본의 디자인 전문가들은 『디자인과 생산이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며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판매의 전 과정에 디자인이 다 개입해야 위기를 극복할수 있다고 결론 짓는다. 아오키부장은 위기 극복의 현실적 방법으로 디자인 전문 회사의 육성을 들었다. 기업의 일개 부서에서 디자인을 취급해서는 「생산의 종속물」신세를 면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JIDPO는 우선 디자인 전문회사 3백곳을 집중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나카 디자인오피스의 다나카 요(전중 앙·59)대표의 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읽을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체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거죠. 이제 사용자의 개성과 사용 방식까지 고려해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일본은 이제 상품자체뿐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모든 요인까지 고려하는, 한단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도쿄=박광희 기자>도쿄=박광희>
◇일본 기동취재반
박래부(문화2부 부장)
이상호(경제1부 기자)
박상준(전국부 기자)
황영식(도쿄 특파원)
이대현(문화2부 기자)
장현규(정치1부 기자)
박광희(주간한국부 기자)
최성욱(사회2부 기자)
오대근(사진부 기자)
손덕기(도쿄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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