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코리아 반도체” 신화창조/요코하마에 연구소… 비메모리칩 개발 총력/「3차원 자동차경주 게임용칩」 미에 수출까지 『일본시장에 맞는 신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요코하마(횡빈)시 서쪽 고호쿠(항북)구. 이곳이 술렁대는 항구의 분위기를 등지고 반도체연구와 개발이 이뤄지는 신 요코하마이다. NEC 후지쓰 리코등 일본굴지의 반도체업체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모여 있다. 삼성반도체디자인센터도 지난해 11월 이곳 베넥스빌딩으로 이사를 왔다.
삼성반도체 디자인센터는 반도체 중에서도 비메모리칩분야를 집중연구하고 있다. 사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는 대단하다. 일본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기억소자인 메모리칩분야에서는 한국, 그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단연 넘버원』이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64메가D램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256메가D램까지 만든 삼성이고 보면 이같은 평가가 공치사만은 아니다.
그러나 솔직이 『반쪽이었을 뿐』이라는것이 삼성저팬 박종욱 기획관리이사의 설명이다. 제품에 따라 온갖 기능을 담당하는 비메모리칩분야가 상대적으로 처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비디오카메라나 AV기기, 컴퓨터와 통신기기, 개발이 한창인 멀티미디어산업등에서는 기억량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기능을 하는 핵심부품인 비메모리칩의 개발과 소형화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일본전자제품의 세계시장 우위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자체반성으로 반도체디자인센터를 설립한 것은 지난 90년. 당시에는 5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20명의 연구원이 연간 연구개발비만도 2억엔가량(약 16억6천만원)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의 비메모리칩만을 개발하는게 고작이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난해 이 센터에서는 두가지 중요한 비메모리칩을 개발해 냈다. 하나는 8㎜ 소형비디오카메라(캠코더)의 디지털카메라프로세서이고 또 하나는 게임기의 혁신을 가져온 3차원 컨트롤IC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8㎜비디오카메라에 사용되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프로세서는 종전 아날로그 신호처리방식에서 탈피, 디지털방식으로 색의 조정및 처리는 물론 줌등 각종 신호처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칩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일단 일본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교두보를 갖춘 셈이다.
3차원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동차경주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 3D컨트롤IC의 경우는 일본의 세계적 컴퓨터게임기 메이커인 세가(SEGA)에 60만개나 공급, 메가드라이브 카트리지인 버튜얼레이싱(VIRTUAL RACING)을 탄생시키게 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3차원 컨트롤 자동차경주게임은 현재 세계 게임기산업의 혁신을 가져와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도시바(동지)에서 30년동안 근무하다 93년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스즈키 소이치(영목 장일·57)디자인센터 소장은 『단순히 삼성전자제품만을 위한 비메모리칩을 개발하기 보다는 일본기업들이 필요로하는 IC개발이모든 가전제품에 명령 실행이 가능한 마이콤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백여평의 사무실 맨 앞쪽에는 고객이 직접 원하는 것을 설계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방을 3개나 만들어 놓았고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5∼10년정도의 경력을 가진 우수인력을 다른 일본기업보다 좋은 조건으로 매년 스카우트하고 있다.
앞으로 50명의 기술진을 확보, 메모리칩분야 세계1위, 비메모리칩분야 세계10위인 현재의 삼성전자를 3∼5년사이에 「비메모리칩분야 세계 베스트5」에 올려 놓는다는 목표를 세운 스즈키소장은 가장 어려운 과제로 우수인력확보를 들었다. 『삼성의 존재가 일본에서도 강하게 심어져 있어 경쟁사들이 인력유출에 그만큼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요코하마=이대현 기자>요코하마=이대현>
◎“모국 반도체 발전에 「우리땀」동참 뿌듯”/일 삼성전자 동포3세연구원 전영수·전환술씨
삼성반도체디자인센터에서 일본 연구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비메모리칩 개발을 주도하는 재일동포 3세 전영수(38)씨와 전환술(35)씨.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마치 형제처럼 지낸다.
전영수씨는 현재 디자인센터의 수석연구원. 실질적으로 새로운 비메모리칩 설계의 총책임을 맡고있다. 80년 도요하시(풍교)기술과학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전씨는 이 센터가 90년 처음 5명으로 발족할때부터 일해온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졸업후 6년동안 인텔(INTEL) 저팬사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디자인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퍼스널 컴퓨터의 고집적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발을 주도했고, 그 이후 LSI 시스템사로 옮겨 컴퓨터 고유의 32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 반도체 설계분야에서는 실력파로 인정받고 있다. 세가(SEGA)의 3차원 게임컨트롤 IC회로나 지난해부터 삼성과 LSI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에 사용되고 있는 새 디지털 카메라프로세서의 개발 역시 그가 주도해 개발해낸 것들이다.
주임연구원인 전환술씨도 도카이(동해)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LSI시스템사에 입사, 전영수씨와 함께 일했었다. 이때의 인연과 모국의 기업이란 이유가 함께 작용, 91년 이 센터로 왔고 디지털 비디오카메라 프로세서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는 『비록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관심분야도 같고 좋은 파트너이기 때문에 친할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게 두사람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영수씨는 이미 일정수준에 오른 일본의 반도체업체보다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얼마든지 발휘할수 있어 삼성반도체디자인센터를 선택했다고 한다. 철저히 비즈니스정신으로 무장된 그는 자신이 만든 「기술씨앗」(테크놀로지 시드)이 일본내에 전략상품으로 뿌리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전환술씨는 『무엇보다 삼성맨이 되면서 조국과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것 같아 기쁘다』고 한다. 지난해 강원도 처녀와 결혼, 뒤늦게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동포라 해서 어떤 특혜를 받기보다는 실력으로 당당하게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이왕이면 자신들의 땀이 조국의 기업인 삼성반도체의 취약한 비메모리칩분야에 스며드는게 좋고 그것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를 소망한다.<요코하마=이대현 기자>요코하마=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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