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반입루트 공개·비밀 싸고 난관에/“군사목적 악용 가능성” 국제사회 눈총도 짐 일본이 「플루토늄 수송작전」에 고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피하면서 핵물질을 차질없이 반입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부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정부는 이달 하순 프랑스와 영국에서 반입할 고준위 핵폐기물의 해상수송루트와 일시를 공개키로 방침을 세웠다고 산케이(산경)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일본은 프랑스와 영국정부를 설득중인데 두나라 모두 안전상의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반입하려는 핵물질은 일본이 자국원전에서 이미 배출한 핵폐기물을 영국과 프랑스에 보내 재처리시켜 얻은 플루토늄으로 일본으로 전량운반돼 다시 핵연료로 사용된다. 일본은 90년초부터 이같은 해외에서의 핵재처리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해상수송로 공개를 꺼리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이 오히려 이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핵정책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92년말∼93년초 1차 플루토늄반입시 환경단체의 반대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수송항로와 일시를 극비에 부쳤다.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으로부터 빗발치는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일본정부는 이번에 이용할 수송루트로 ▲파나마운하 ▲수에즈운하 ▲남아프리카 희망봉 루트 ▲남미의 혼곶등을 경유하는 항로등 4개 안을 놓고 프랑스 및 영국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개 항로를 결정·공표해 아오모리(청삼)현에 있는 로카쇼무라 저장소로 운반하려는 것이다.
선박에 의한 플루토늄 해상운송에는 큰 위험성이 있다. 첫째 핵무기제조를 노리는 테러국이나 대규모 테러조직이 해상에서 운반선을 탈취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테러집단에 의해 핵물질이 약탈될 경우 전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하나는 폭풍이나 예기치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 수송선이 침몰하거나 파괴됐을 때의 방사능 오염문제다. 해상사고는 육지에서의 국지적인 방사능오염과는 달리 전세계를 순식간에 오염시킬 수 있다. 프랑스 연료공사측은 핵물질이 「FS 47」이라고 불리는 특수용기에 담겨있기 때문에 수송중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방사능유출의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각국이 우려하는 것은 일본이 해외에서 처리한 핵물질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엄격히 감시·통제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마음먹기에 따라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다. 일본이 당장이라도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평화에 잠재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핵연료의 상업용 재처리 동결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이같은 재처리 핵물질 반입과 관련, 각국이 잉여플루토늄을 보관하는 「플루토늄은행」을 만들어 그 열쇠를 원자력기구가 관리하자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도쿄=이창민 특파원>도쿄=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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