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불방문에 다시관심/반환약속후 협상 1년넘게 표류/「상호 시한부대여」 큰원칙은 합의/불서 등가등량주장 무리한요구 안풀려 프랑스에서 「타향살이」하고 있는 외규장각 고서는 돌아올 수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3월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프랑스방문을 앞두고 외규장각 고서 반환문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 넘게 진행된 협상이 계속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정부는 최근「도서기탁에 관한 한불 협정」의 본문교섭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자는 외규장각 고서, 즉 조선조의궤 2백96권을 10년기한으로 대여하고, 5년마다 대여기간을 자동연장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프랑스의 외규장각고서 기탁과 이에 상응하는 우리측 고서의 기탁에 관한 협정을 별개로 체결하기로 했다.「훔쳐간 물건을 되찾으면서 제집 재산을 내놓는다」는 여론을 의식한 절충이었다. 기탁이라는 표현을 우리 정부는 「사실상의 영구대여 방식을 통한 환수」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외규장각 고서와 맞바꾸게 될 우리측 고서에 대해 프랑스가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함으로써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2개의 협정에 각각 상호기탁하는 고문서 목록을 부속문서로 첨부하기로 했으므로 고문서목록문제가 풀리지 않는한 협정은 체결될 수 없는 상태이다.
프랑스는 두 차례 제시한 목록에 대해 「등가등량」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외규장각 고문서와 「등가등량」의 고서, 즉 조선조의궤를 내라고 말하고 있다. 제시된 고서는 이수광의「지봉유설」, 서거정의 「동문선」, 이항복의 문집인「백사선생집」, 송시열 문집 「송자대전」(전 1백2책)등 주로 18세기 전후의 법서와 경서, 불경등으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등가등량」의 요구에도 합치된다. 그런데도 프랑스가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하자 정부는 최근 「무리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규장각고서 반환협상은 93년9월 방한한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이 한불정상회담 당시 반환을 약속하며, 그중 하나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상)」을 전달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때 양국은 「교류를 통한 영구대여방식」의 반환이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당시 정부는 소유권을 완전이전하는 방식을 고집하면 프랑스가 자국에 쇄도할 약탈문화재 반환요구를 우려,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대여란 소유권은 이전하지 않고 무기한 대여한다는 의미이다.
그뒤 93년12월 정부는 「외규장각 고서 영구대여우리측 고서 시한부대여」방식을 제의했으나 프랑스는 거부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상호 영구대여」방식을 제의했으나 다시 거부당한뒤 프랑스측 요구인 「상호 시한부대여」방식(94년7월)의 반환을 수용, 협상을 계속해왔다.
반환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서울대 이태진 교수는 『파리국립도서관이정당하지 못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를 직분상의 정의처럼 여기고 있다』며 이런 태도는 양국국민의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의궤는 병인양요(1866) 당시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간 것으로 왕실의 다양한 의례를 상세한 그림과 함께 기록한 역사서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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