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자치구분할 효용 의문”/야·후보자들 반발… 공론화주목 여권이 생각하는 행정구역 또는 행정조직개편의 구체적 내용은 뭘까. 김덕룡 민자당사무총장이 15일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당의 주요현안으로 논의해 갈 것』이라며 공론화방침을 재차 밝힘으로써 여권이 그리는 「그림」의 실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6월27일로 예정된 지자제 선거일정을 지킨다는 전제를 거듭 확인하는 만큼 남은 4개월동안 추진할수 있는 타깃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와관련, 여권관계자들은 『시군의 경계를 조정하거나 몇몇 시군을 추가통합하는 문제라면 정색하고 덤빌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내심 손대려는 부분이 좀더 큰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또 『엄밀하게 말하면 행정구역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으며 행정조직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여권의 움직임을 종합해볼 때 여권의 복안은 사실상 「대도시의 자치구를 준자치구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당시 여권의 생각은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행정계층을 2단계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업의 방대함과 예상되는 야당의 반발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준자치구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얘기이다.
물론 이 방안이 야당의 반발을 뚫고 여론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권관계자들도 장담을 못하고 있다. 또 당내에서도 『괜히 잘못 건드려 여당이 꽁무니를 빼려한다는 오해만 낳을 수 있다』는등의 신중론도 상당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권관계자들은 특별시및 광역시의 자치구를 준자치구 또는 행정구로 변경하는 방안이 나름의 대국민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내용을 알고보면 야당도 마냥 반대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이다.
우선 당장 서울만 하더라도 안동시군을 합친 것보다 면적이 작음에도 불구, 22개(3월1일부터는 25개)의 자치구로 분할돼 있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인구수에 따른 투표의 등가성을 반영하고 주민참여의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자치구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좁은 지역에 구의회를 두고 자치단체장(구청장)을 별도선출해야할 만큼 긴요한 것이냐는 반문이다. 여권의 이런 입장은 최근 경실련이 『광역시가 하나의 생활권인 이상 굳이 구를 자치단체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원용한 것이기도 하다.
또 인구가 많은 대도시 자치구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가 2∼3개로 나뉘어 있어 자치단체장과 의원의 관계를 설정하기도 쉽지 않다는 정치적 판단도 있다. 민자당은 야당의원들도 이점에 관한한 이해를 같이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처럼 대체적 윤곽이 드러난 여권의 카드가 실현될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당장 법인성격의 대도시 자치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할 경우 60곳 가까운 기초선거구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서울등의 자치구 장악을 노려온 야당이 합의해줄 가능성이 현재로 거의 없는데다 출마를 위해 음양으로 뛰어온 후보군들의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이런 방침을 추진할 경우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정략적인 속셈이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여권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여권핵심부가 이 문제에 대해 부단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후문이어서 민자당은 실현여부와 관계없이 조만간 공론화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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