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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 사회 최규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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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 사회 최규식(메아리)

입력
199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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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이 사회에서 얼마나 앞일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가. 우리사회의 「예측가능성」을 점수로 매길 수 있다면 어느 수준일까. 그런 조사방법이 있다면 한국은 정부가 얘기하는대로 선진국에 막 진입하고 있는 단계에 걸맞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예측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예측불가능」지수가 더 높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이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늘 불확실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거창한 「미래예측」보다는 일상생활의 주변부터 대상으로 삼아 보면 쉽게 대답이 나올 것도 같다. 급히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을 때 저만치서 달려 오는, 분명히 비어 있는 저 택시는 손을 든 내 앞에 서 줄 것인지.

 가족과 모처럼 여행을 떠나려는데 이용할 기차 버스 여객선의 출발과 도착시각은 예고된, 또는 미리 알아 본 시간표대로 지켜져, 지금 짜고 있는 계획대로 여행이 낭패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고입·대입 전형방법이 우리 애가 진학할 때쯤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수명」은 언제까지인지. 이런 식으로 물어 가다가 예측대상이 우리 정치에 이르게 되면 예측 자체가 무망한 것이란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한 사회의 예측가능성이 터무니없이 낮다면 그 구성원은 물론 외국인이 보는 그 사회에 대한 신뢰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한국방문의 해」였던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목표의 89.5%에 그쳤다고 한다. 이런 결과의 원인중 하나가 혹시 외국인이 한국을 예측불가능한 나라로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지난번 일본이 대지진으로 그토록 자랑하던 신칸센(신간선)의 교량이 무너졌을 때나, 네덜란드가 홍수로 제방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똑같이 자존심을 상해한 것은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한계에 대한 평소 예측이 빗나간 때문이다. 그러나 도대체 예측이란게 있으나 마나 한 사회에서는 무너질 자존심조차 없을 것 아닌가. 

 국내의 한 조사보고서가 각 분야를 종합한 우리의 세계화수준이 1백점만점에 평균 18점이라고 했는데 예측가능성은 몇점일지도 한번 조사해 보면 어떨까.<국제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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