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 교육원」 작년 발족/인재양성 본격화/“불황와도 열심히 일할 터전 마련”/민관 50억엔 출자 「2년과정」 설립/바이어·투자자 등 전문가 배출 꿈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 언론이 작년에 「해방구(해방구)현상」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사회혁명에서나 쓰일 해방구라는 단어가 나온 분야는 다름아닌 패션계. 패션계에도 예외없이 찾아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중 하나가 바로 「해방구 현상」이었다. 해방구는 원래 가게 이름이다.
사람 왕래가 잦은 도쿄(동경) 신주쿠(신숙)의 이세탄(이세단)백화점 1층에 지난해 2월 차려진 옷 가게인데 다른 가게와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임시매장이라는 점이다. 늦겨울에 봄옷을 팔고 문을 닫았다가 역시 늦봄에 여름옷을 팔고 다시 문을 닫는다. 또 한가지 특징은 젊은 신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해방구는 그래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불황속에서도 열심히, 또 자신있게 일할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 준 셈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5대 패션국가로 인정받는 일본이지만 경기침체의 여파가 밀려드는데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패션계의 흐름도 보수적으로 변했다. 변화를 주려 해도 그럴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불황을 계기로 패션계의 기반을 단단히 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 결과 2년과정의 「패션산업인재육성원」(INSTITUTE FOR THE FASHION INDUSTRIES)이 발족케 됐다.
패션산업인재육성원은 「패션」이 아니라 「패션산업」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옷 만드는 기술보다는 패션산업을 진흥시킬 수 있는 다각도의 방법을 가르치고 장차 일본 패션산업을 이끌 인재를 기른다.
패션산업인재육성원의 설립배경에는 『유명 디자이너는 많지만 패션 비즈니스맨은 거의 없다』는 반성이 자리잡고 있다. 패션산업이 발전하려면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바이어, 투자자등 전문 비즈니스맨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패션산업인재육성원의 출범에는 민과 관이 같이 나섰다. 패션계와 어패럴업계, 상사, 백화점등이 20억엔이라는 거금을 출연했고 육성원 소재지인 도쿄 스미타(묵전)구에서도 무려 30억엔을 출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야간 강좌가 시작된 패션산업인재육성원은 97년 독자건물을 갖춰 정식 학교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육성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오타 노부유키(태전신지·42) 도쿄 패션디자이너협의회 회장은 『디자인보다는 패션 비즈니스 마인드 함양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2학급 50명의 학생을 두고 있으며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강사진도 학급당 16명씩이나 된다. 학생들은 30대 초반이 많고 대부분 디자이너나 의류메이커·백화점·소매상의 직원들이다.
오타 회장은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렵도록 할것이다. 공부를 안하면 못따라 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육성원은 또 외국유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그는 『외국 학생에게 유학생용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통상산업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도쿄=박광희 기자>도쿄=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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