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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은 국민학력 향상/문용린(한국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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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은 국민학력 향상/문용린(한국 논단)

입력
199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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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를 향한 개혁의 선두주자는 아무래도 기업들이다. 그들은 무엇을 개혁하고자 하는가?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업 고유의 목표를 개혁하고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윤의 확대라는 고유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서, 현행기업운영체제를 개혁하여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종래에는 탈법과 비합리, 비도덕, 비양심적 기업행위가 이윤확대에 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를 전제로 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기업행동이 이윤극대화에 더 기여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추세에 기업이 자체 개혁을 통하여 적응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곧 망하고 만다. 그래서 대기업의 총수들이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서 도덕적 양심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업목표는 변함이 없으되, 그것의 달성을 위한 논리는 변하고 있고, 이 변화에 개혁을 통해서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은 망하고 만다는 강박관념이 기업을 개혁의 선두주자로 달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에서의 개혁목표와 방향은 뚜렷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기업은 스스로 그런 개혁에 앞장서 나가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라는 정책구도를 금년부터 펼치면서, 김영삼대통령은 상반기중에 최우선적으로 할 일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꼽았다. 그러나 교육에서 무엇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와 교육개혁위원회도 지난 50년간에 이루어져 온 교육관행 중에서 무엇을 골라서 왜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과 철학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원칙과 철학의 대상이 없이 개혁에 임하다 보니, 개혁을 위한 개혁처럼 국민 눈에 비치고, 『이것은 꼭 바꿔야 한다』는 절실성과 진지성이 결여되어 보인다. 그간 교육부와 교개위가 몇개씩 개혁안을 제시하다가 국민들 사이에 말이 많으면 슬그머니 유야무야시켜버린 예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간 교육부와 교개위가 시도했던 교육개혁의 안들로부터 유추해 보면, 한 가지 원칙이 엿보이긴 한다. 그것은 바로 민원성(민원성)의 원칙이다. 곧 국민들의 불평이 가장 많고 큰 것부터 개혁한다는 원칙같다. 다수의 여론에 따라 개혁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이런 민원성의 원칙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여론에 따라서 할 일이 있고, 그래서는 안될 일이 있다. 환자의 병명을 다수결로 정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여론에 따라서 해결하려는 입장과 전문성의 문제로 보고 정확한 진위 파악을 통해서 설사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더라도 개혁할 것은 개혁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민원성 개혁논리는 전자의 입장에 너무 치우쳐 있는 개혁이다. 여론조사와 정책입안자들이 얻어 들은 귀동냥이 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해 버린다.

 적어도 교육에 관한 한 여론과 귀동냥은 그대로 정책화되어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의 해석을 거쳐야 한다. 교육에 관한 여론은 다른 여론조사와 달리, 자기 자식에 대한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국가적이거나 대국적 견지에서의 의견보다는 자기중심적 의견의 개진이 더욱 강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제안되거나 성안되고 있는 교육개혁안들은 국가적이고, 대국적(대국적)이며 미래적인 관점에서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예컨대 속진제, 평준화해제, 장학기능폐지, EBS의 KBS통합, 국립교육평가원의 민간화등이 단지 여론의 동조가 있다거나(그것도 불분명하지만) 많은 이들의 불평이 있다고 해서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국가교육의 기본목표 달성에 그런 변화가 불가피한가 하는 관점에서 전문적인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필자의 주장은 이렇다. 기업의 존재이유가 이윤의 극대화인 것 처럼 GNP의 4%, 국가예산의 30%를 쓰는 국가교육의 목표는 국민들의 학력향상에 있으며 이런 목표달성에 현행의 성적우수자 중심, 엘리트선발중심 교육체제는 대단히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므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학력향상이 상위 10%내외 학생들의 학력향상보다 더 중요시되는 21세기 사회에 우리는 돌입하고 있다. 국가간 경쟁이 엘리트끼리만의 경쟁이 아니라 국민간의 전면적 경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전반적 학력향상에 평준화제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많은 증거가 있다. EBS의 공사화는 KBS에의 통합보다 국민들의 학력향상에 더 잘 기여하리라는 지난 20년간의 교육방송학적 경험이 있다. 평가원의 민간화는 교육개발원도 약화시키고, 국민학력향상의 중심추진체로서의 교육부의 고유기능도 와해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장학기능 폐지는 국민학력향상이라는 교육부의 고유한 직무의 유기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것에 대한 검토없이 교육개혁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서울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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