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실무회담 등 협상력 시험대 14일(현지시간) 론 브라운 미상무부장관과의 회담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친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의 첫 미국나들이는 미국의 통상관계자들과 얼굴을 익히고 압력의 강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무역보복을 선언한 이후 강경한 대외통상노선을 보임에 따라 박장관이 미국방문기간에 짐이나 잔뜩 지고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통산부는 일단 이같은 우려는 씻었다고 장담하고 있다.
통산부는 박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한미간 「긴밀한 사전협의 채널」을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박장관은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부(USTR)대표나 브라운상무장관과 핫라인을 설치키로 했다. 통산부는 미국정부가 지적재산권보호와 관련, 그동안 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캔터대표가 직접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PWL)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답을 얻어낸 점을 큰 성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제시한 양국 정부차원의 「산업기술협력 공동위원회」설치방안에 대해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조만간에 이뤄질 브라운장관의 방한때 다시 논의키로 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장관의 미국방문이 미국측의 강성 대한 통상기류를 시원스럽게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캔터대표는 통신장비의 형식승인절차와 의료기기 품질검사제도의 비합리성을 지적했으며 브라운장관은 자동차 의료장비 상표권보호문제 영업비밀침해등을 제기했다. 필 크레인미하원무역소위원회위원장, 조앤 스페로미국무차관등 의회와 정부관계자들도 『한국은 까다로운 국가』라는 요지의 불만을 표시했으며 자동차업계는 『한국에서 미국차를 팔기가 힘들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워싱턴의 정관가나 업계에 대한 강경분위기가 분명히 형성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12대 주요성장국가로 지목, 각종 개방압력을 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통상당국의 대미협상력은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무역실무회의와 올 상반기에 이루어질 양국 통상장관회담등에서 시험받게 될 것 같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