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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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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동. 삼청터널로 향하는 언덕받이에 허술한 한옥한채가 있다. 남향의 양옥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 집만은 북향이다.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분이며 불교개혁의 선구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의 본가. ◆심우장이란 택호도 불교의 수도장이란 뜻에서 지어졌다. 서울시 지정문화재로 기념물 제7호인 이 구옥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곳은 성북구청이다. 이 성북구청이 선생의 얼 되살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광복50주년을 맞아 선생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꾸미고 독립운동의 달인 3월8일부터 3일간 관내에 있는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무료공연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에 드는 3천만원의 예산도 구청이 전액을 지원하여 관내 공연친목단체의 자발적 참여로 지금 연습이 한창이다. ◆만해는 우리 근대사의 여명기에 태어나 선각자적 삶을 살다 갔다. 20대초에 동학혁명에 가담했고 입산수도후엔 한국불교의 혁신을 부르짖기도 했다. 3·1운동때는 초기부터 참여해 선언문작성, 배포, 낭독을 주도했다. 이때문에 3년의 옥고를 치른후엔 시작에 몰두해 유명한 「님의 침묵」등으로 나라사랑과 항일정신을 고취했다. ◆심우장의 북향도 실은 조선총독부를 외면하기 위해서였다는 만해의 애국행적을 광복반세기에 연극으로라도 다시보는 뜻은 그래서 깊기만 하다. 게다가 각종 부실에 세도사건까지 겹쳐 국민들의 관에 대한 신뢰가 말이 아닌 요즘이고 보면 지역행정관청이 관내 문화재에 관심을 쏟고 선각자의 얼 되찾기 행사까지 펼치는 게 새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같아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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