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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유연근무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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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유연근무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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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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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개성에 맞게 일한다” 신개념/자유로운 출퇴근… 집에서도 업무/2인1역… 평일 연장근무 추가휴일/“경쟁력 강화” 기업들 잇달아 도입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자신의 개성에 맞게 근무하는 「유연 근무제(FLEXIBLE WORKPLACE)」가 미국기업의 경쟁력 강화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아침 9시에서 하오 5시까지 하루 8시간, 주 5일 사무실에서 일하는 정형화된 근무형태는 21세기의 기업형태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지금까지 특수한 경우에 한해 「예외」나 「변형」정도로만 인식되던 유연근무제를 전직급 전조직으로 확대, 기업구조자체를 바꿔가고 있다. 「플렉스그룹」이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은 미국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영리 컨설팅단체 「뉴웨이스 투 워크」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은 AT&T, 뱅크 오브 아메리카, 휴렛팩커드, 세브론, 매리어트, 링컨내셔널사 등 각 분야에서 세계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11개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21세기 기업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유연한 근무형태의 확립이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고 93년 1월 이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종업원 9천명 규모의 종합보험그룹 링컨내셔널사는 빠르면 다음달초 대폭적으로 기업구조를 바꿔놓을 새로운 근무개념의 도입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동안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본사에서 45명의 연구인력을 투입, 최종연구과정을 통해 주당 5일 일하는 대신 하루 9시간씩 2주일에 9일만 일하는 「9/80」제도 등 다양한 유연화정책을 개발해냈다.

 이에 앞서 AT&T사는 지난 여름 본격적인 유연근무 프로그램의 실시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직원의 24%인 약 3만명이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재택근무)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2만명이 어떤 형태로든지 하루 8시간 주5일의 정형화된 근무형태에서 벗어나 개인의 상황에 맞는 유연근무제도아래 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유연화프로그램을 시작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경우,이 제도를 실시한 이후 생산성이 오르고 고객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자체분석에 따라 부사장직급까지 시간제근무제를 도입했을 정도로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연근무제의 도입은 플렉스그룹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 본사를 둔 식품회사 나비스코도 지난해 여름 북아메리카지역 2만9천명의 전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라이프」라는 유연근무제도를 공식선언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 본사직원 2천5백명 가운데 약50여명은 이미 텔레커뮤팅, 집중근무제도, 일자리공유 또는 혼합근무형태로 일해왔다. 또 플렉스그룹 멤버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성공에 자극받은 라이벌 체이스맨해튼은행도 새로운 플렉스프로그램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유연근무제의 도입·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플렉스그룹 총책임자 린다마크씨는 미국기업들의 유연근무제 도입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우수한 인력확보를 통한 경쟁력제고라는 목적 외에 24시간 가동체제를 요구하는 「글로벌경제」시대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 동부지역과 14시간 시차가 나는 한국을 상대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제근무, 유연출퇴근, 일자리공유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통해 항상 회사를 가동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연근무제는 인재확보와 생산성향상이라는 본질적 성과 외에 또다른 이점이 있다. AT&T사의 연구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기 위해 1달러를 투자할 경우 2달러의 사무실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출퇴근시간 다양화나 재택근무는 교통난을 완화함으로써 연료소비를 줄이고 공기오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청정공기법」을 통해 기업에 유연근무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물론 「변형근무제」라는 이름으로 한국기업에도 도입됐던 조기출퇴근제 재택근무 등이 수정이 불가피해지거나 유명무실해진 것처럼 미국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에도 보완돼야할 문제는 적지 않다. 미국 통신노조 대변인 제스밀러씨는 『대부분 회사의 유연근무제가 종업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세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고 선택의 폭이 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경직된 유연근무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계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유연근무제」란…/획일적 근무제 탈피/개인 특성에 맞게/유연성 주는 경영전략

 일정한 근무시간과 장소 형태를 요구하는 정형화한 근무제도를 탈피, 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근무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조직에 유연성(FLEXIBILITY)을 부여한다는 경영전략.

 ▲핵심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유연출퇴근제(플렉스 타임)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텔레커뮤팅) ▲하나의 일자리를 두사람 이상이 나누어 근무하는 일자리공유(잡 셰어링) ▲일일 근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추가휴일을 갖는 집중근무제(컴프레스트 워크스케줄) ▲원하는 일정기간동안 근무시간을 줄이는 한시적 시간제근무 등을 포괄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AT&T 「일자리공유」 카발리에·나이트씨/둘이서 한사람몫 일/주3일 일하고 남은시간 육아/업무 공백없고 효율높아 호응

 하나의 일자리를 두사람이 반쪽씩 나눠 갖는다는 것은 아직 우리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이다. 그러나 AT&T사 인력개발부에서 초급관리자(과장급)로 근무하는 리즈 카발리에(여·34)씨와 캐시 나이트(여·31)씨는 실제로 「일자리 공유」(JOB SHARING)를 통해 한사람 몫을 나눠하고 있다. 카발리에씨가 수·목·금요일에 일하고 나이트씨가 월·화·수요일에 근무하는 것이다. 하는 일이 한사람 몫인만큼 배정된 사무시설도 1인용이다. 뉴저지 북부 소도시 모리스타운에 있는 이들의 사무실에는 책상 의자 전화 컴퓨터가 모두 하나씩 갖춰져 있고 각종 자료철도 함께 사용한다.

 두사람이 내세우는 일자리 공유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갓난아이를 둔 이들은 『육아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 있어 마음이 안정되고 그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카발리에씨는 『한가지 일을 하면서 두사람의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고 서로 자극을 주고 고민을 상담하는등 업무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뉴저지주 페어레이 디킨슨대학 경영학석사출신인 카발리에씨와 뉴저지 주립대학에서 광고학을 전공한 나이트씨는 모두 10년 가까이 이 회사 인력관리분야에 근무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온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나눠 가진 것은 지난해 6월. 두살과 한살난 두 갓난아이와 직장의 틈바구니에서 역부족을 느낀 카발리에씨가 역시 임신중이던 나이트씨에게 일자리를 나눠 갖자는 아이디어를 제의함으로써 이뤄졌다.

 두 사람의 생각은 인재확보전략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도를 대폭 확대해 온 AT&T사의 방침에도 들어맞는 것이어서 무리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업무시간까지 각자 생활리듬에 맞게 조정, 카발리에씨는 상오7시반에서 하오5시까지 일하고 나이트씨는 상오6시에서 하오3시까지 일하고 있다. 이전에 각각 5만달러(약 4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두사람의 연봉은 3만달러로 조정됐다. 『월급 외에 수당이나 보험혜택을 감안하면 이전에 비해 63%정도 받는다』는 것이 두사람의 계산이다.<모리스타운(뉴저지주)= 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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