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익 전년비 75% 줄어… 2·3월 해고 4,000명 넘을듯/잇단 금리인상에 채권 폭락 적자 누적/세계 증권·금융메카 최악 감원바람 1994년은 월 스트리트 역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채권시장의 폭락은 월가 전반에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욕지 최신호는 「무너져 내리는 월스트리트」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월가의 오늘을 심도있게 다뤘다.
지난해 월가가 낸 전체 이익은 15억달러에 그쳤다. 93년의 64억 달러에 비해 75%이상 감소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려온 골드먼 삭스가 70%, 베어 스턴스가 54%, 리먼 브러더즈가 65%의 수익 감소를 기록했다. 살로몬 브러더즈는 이익을 내기는 커녕 1억달러이상 까먹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월가에서 지난해 해고된 인원은 모두 4천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각 회사가 올 2∼3월 중에 계획하고 있는 해고 인원만 해도 이 숫자를 훨씬 넘어선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한 대가로 연말 보너스가 대폭 깎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연말 보너스는 월가 사람들의 급료 크기를 결정해온 주요 변수였다.
기본급과 보너스를 포함, 지난해 월가 사람들이 집으로 가져간 돈은 그 전해보다 25∼40% 가량 줄어 들었다.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로 기억되는 87년의 월가 공황도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는게 월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87년의 공황은 비즈니스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처럼 개개인의 주머니에까지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부터 경기회복세가 눈에 띄게 뚜렷한데도 월가는 오히려 찬바람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연방준비위가 잇달아 금리인상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월가는 채권시장에 자금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막대한 양의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 채권을 사왔는데,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량의 채권매입이 어려워진데다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월가 사람들의 급료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본인과 돈을 주는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통상 기본급료는 연 3만5천∼20만달러(한화 약 2천8백만∼1억6천만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돈은 「점심 값」으로 간주된다. 정작 큰 돈은 연말 보너스다. 여기에 맞춰 미리 돈을 끌어 쓰는게 월 가 사람들의 생활 행태다.
월가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과 더불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 위험은 「남의 돈」에 한정돼 있었다. 월가의 일이란게 투자자들의 자문에 응하고 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대가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운동경기 구경에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월가의 회사들은 새로운 도박에 손대왔다. 이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모험을 하게 된 것이다. 월가의 굵직한 회사들은 이제 자문역보다는 직접 투자에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87년 1백억달러 수준에 그쳤던 직접투자 수익이 93년에는 1백80억 달러로 늘어났다. 따라서 예기치 못한 금리변동은 월가의 회사들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안정되면 월가의 비즈니스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되살아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전도유망한 많은 젊은이들이 월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월가로 진출하는 하바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생의 숫자는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월가는 정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일까.<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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