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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과의 이혼판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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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과의 이혼판결(사설)

입력
199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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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결혼문화는 아직도 물신주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비록 소수의 졸부나 일부 중산층이라고는 하나 과다혼수의 악습과 말썽은 여전하다. 특히 유감스러운 것은 생활과 교육수준이 높은 직업계층에서 필요이상의 혼수거래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쇠 몇개에 엄청난 지참금까지 오간다면 그것은 결혼문화의 오염이자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인격 관계가 무너지고 물신관계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혼수 시비로 결혼이 파탄이 나고 법정에까지 간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가정법원은 14일 과다혼수 요구에 다시 한번 무거운 경종을 울렸다. 아파트 한채와 학비 2천만원을 대준 아내를 구박하고 학대한 의사남편에게 2억여원을 돌려주라고 부인의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과다혼수는 윤리의 차원을 넘어 사회문제화 한지 오래다. 체면과 허영으로 뒤틀린 일부층의 결혼풍습은 뻔뻔하게 지참금까지 요구하며 매매혼의 양상까지 드러나게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결혼후에까지 아내를 구타한 수련의가 있었는가 하면 공인회계사와 교수까지 악폐에 가세하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 결혼에 대한 의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으나, 혼수로 인한 갈등이 41%에 달하고 불화경험이 37%, 혼수이혼이 20%선에 미쳤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숨겨진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혼에서 특정한 직업의 우열이 가려지는 것은 지극히 병적인 기현상이다. 「남과 여」의 대등한 결합이라는 결혼 본래의 취지에 대한 배반이며 계층간의 괴리와 분열까지 자아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결혼은 어떤 경우이고 재산과 신분상승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될 일이다.

 결혼적령기에 이른 당사자나 그 부모들은 상대의 선택과 함께 혼수문제로 주름살이 늘게 마련이다. 빚을 내서라도 체통은 지켜야 한다는 과욕의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과도혼수 요구로 상승작용을 꾀하면 결혼문화는 배금주의로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요즘 새로 탄생하는 신세대가 새로운 결혼 풍속도를 그려내고 부모들도 여기에 적극 협력하기를 기대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남길 유산은 황금만능이 아닌 절약과 절제의 정신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최소의 예의를 갖춘 혼수가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결혼으로 팔자를 고치겠다는 마음이 어느 한구석에라도 있다면 그것은 인륜의 배반일 뿐이다. 검소한 혼수가 곧 건강한 결혼의 기초임을 깨닫게 된다. 과다혼수는 마음에서부터 추방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결혼문화는 여기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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