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임명된 김태지 주일본대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수준이 일본과 비슷해지면 한일간 과거사 문제도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사의 발언요지는 우리의 경제가 발전, 국민들 사이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구태여 과거사문제에 집착하지 않게돼 바람직한 한일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사는 여기에 말을 더 보탰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의 대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일관계가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양국간의 「경제관계」가 해결되면 과거 역사문제는 자연히 묻혀질 것이라는 김대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여겨진다.더욱이 「정당한 역사의 복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과거사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돼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대사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낱 성숙지 못한 감정의 차원으로 격하시키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김대사는 한반도 분단에 대한 일본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도 『현재의 우리 위치로 보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사의 부연설명대로 우리와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국제무대에서는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김대사의 표현대로 「묵은 감정」을 자꾸 들춰내는 것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은 아무래도 찬성할 수 없다.
특히 국가이익을 대변하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민감한 사안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주요국 대사의 발언으로서는 말 그대로 「성숙지 못한」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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