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기하 민주당총무를 단독면담한데 대해 제1야당은 충격속에 당부론으로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청와대측은 미국대통령이 야당의 의회지도자들과 수시로 만나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그나마 「사적인 만남」이라 하지만 민주당의 이기택 대표 등은 정치도의에 어긋난 일로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공작이라고 반발해 장차 이 문제는 여야간의 새 불씨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 야당총무를 만난 것은 조금도 나무랄 것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오늘처럼 근4개월째 여야관계가 완전 교착된 상태에서 야당의 수뇌 및 간부들과 회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미리 야당에 정식으로 통보하지 않았고 신총무 역시 당지도부와 사전 논의하지 않은 것등은 절차상의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대화는 생명이자 필수적 요체다. 언로가 막힌 정치는 죽은 정치나 다름없다. 따라서 여야는 의회를 장으로 하여 부단히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 총무간에 공식채널이 있지만 정국이 교착되거나 국가적인 중대이슈가 제기됐을 때는 위로는 영수회담에서부터 각급 간부 및 평의원간에 이르기까지 공적 사적인 접촉과 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야당총무면담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총무간 공식접촉을 넘어 정치발전을 위한 최초의 훌륭한 시도였음에도 절차상 미비로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잘못이며 아쉽기 짝이 없다.
우리는 야당에 사전통고를 않은 것이 가뜩이나 9인 9색으로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이기택대표의 위상을 건드리고 나아가 민자당개편과 신당파동으로 인한 상황의 역전과 관련, 야당을 교란시키려고 한 것이라는 갖가지 추측들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전격적인 방식의 독대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 총무 경우도 잘못은 너무 많다. 아무리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것이고 면담서 5·18기소, 보안법개폐, 영수회담개최 등을 제기했다지만 충정에서 수개월전부터 스스로 구상, 요청한 것이라면 복잡한 집안사정을 감안하여 당연히 사전보고·협의를 했어야 했다.
결국 이번 독대가 자연스런 일이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은 여야관계가 오랫동안 완전 단절된데다 상호불신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야는 새로운 자세로써 언로를 터야 한다. 여당은 정치의 세계화를 내건만큼 정치발전을 주도하는 의미에서 영수회담 또는 대표회담을 먼저 제의해야 한다. 야당 역시 회담때마다 구차스런 명분과 조건을 붙이는 구태를 벗고 어떤 대화도 응하는 열린 정치의 모습을 보이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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