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개편서 김 대통령 「의중」 감지/「대상」의원들 “입도벙긋 못할것” 조심 민자당에서 「차기주자」와 「실세」란 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직개편으로 「이춘구김덕룡 라인」이 들어서면서 최형우 김윤환 이한동 의원 등 이른바 트로이카 체제가 한걸음 뒤로 물러난 이후 뚜렷이 감지되는 현상이다.
특히 차기라는 표현은 이제 대통령의 인사영역처럼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금기어가 되고있다. 이같은 흐름은 새 당진용에 담긴 김영삼대통령의 메시지를 반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임기가 3년이상 남은 현시점에서 차기주자 레이스는 있을 수도 없고 허용치도 않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당직개편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 여권 고위인사들은 그동안 당내에서 차기니 실세니 하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었다. 『우리가 내각제하는 나라인 줄 아느냐』 또는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두고 무엇을 근거로 한 실세냐』는 반응등이 그것이다. 특히 김종필씨의 퇴진을 전후해 후임 당대표 하마평이 무성해지면서 트로이카 그룹이 전면에 부상할 때도 이들은 차기 혹은 실세란 말이 수식어로 붙으면 머리를 내저어왔다. 지난달 당무회의에서 민주계중진인 김봉조 의원이 이례적으로 당내의 「대권주자 타령」을 공개비판한 것은 이같은 여권핵심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로이카 그룹등이 당무일선에서 퇴진한 배경에 섣부른 차기주자 경쟁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해석은 이런 맥락이다. 이 대표―김 총장체제가 지자제선거를 의식한 과도적 포석이면서 소위 실세들에게는 자숙을 촉구하는 경고카드였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이 지배적이자 요즘 당내에서는 누구도 차기 또는 실세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는 눈치이다. 평소에도 중간리더들의 위상과 역할을 크게 인정해 오지 않았던 김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실세그룹의 정치게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이상 「머리를 쳐들」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윤환 최형우 의원 등이나 측근들은 화제가 차기문제등에 이르면 『누굴 잡으려고 그러느냐』고 말을 자르는가 하면 『차기란 소리가 한번 나올 때마다 정치생명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고 있다.
또 당관계자들도 『실세란 표현은 언론용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당내에서 차기란 말은 입도 벙긋하기 힘들 것』이라며 『지난번 김대통령이 지방정부란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등을 보면 차기문제가 조기부각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하나 당내관심은 차기주자와 차세대양성과의 상관관계이다. 당직자들은 두 사안의 인과관계를 부인해왔지만 당내에서 「공인」되는 표현이 「차세대」에만 국한되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차기게임은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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