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해마다 졸업시즌이 되면 빛바랜 추억의 파노라마가 활동사진처럼 돌아간다. 검정고무신의 까까머리는 가슴으로 부르던 졸업식의 노래와 송사, 답사에 코끝이 찡해지면 머리위에서 펄럭이던 종이로 만든 만국기를 올려다 보곤 했다. 수십년이 흘렀는데도 국교 졸업식이 어머니의 품마냥 꿈결같고 소중한 이유는 무엇보다 그 시대 특유의 낭만과 멋 때문이리라. 언제부터인가 대도시의 많은 국교는 운동장이 있으면서도 유행처럼 폐쇄회로 TV졸업식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영상매체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드라마보다 재미없는 「교실졸업식」이 어떻게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잡겠는가. 공립인 서울봉은국교 장길호 교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13회 졸업식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학교는 「5무5다」로 유명하다.
장 교장은 3년전 부임하자마자 평소의 교육지론대로 책가방· 시험· 성적표· 우등상· 쓰레기통등 다섯가지를 없애버렸다. 대신 「책읽기」 「시낭송」 「동요부르기」 「나의 주장 발표하기」 「통장2개 갖기」등 다섯가지를 다다익선으로 권장했다. 이같은 파격적인 학교운영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가 더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물론 「교육대통령」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학교가 됐다. 새책은 교실사물함에 두고 집에서는 선배한테 물려받은 교과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무거운 책가방이 필요없다. 시험과 성적표, 우등상등을 없앤 대신 실기및 실험평가보고를 의무화하고 토의, 학습발표회등을 다양화했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졸업때까지 동화책 위인전등 각종 도서를 1천권이상 읽고, 시와 동시는 1백수이상 암송해야 한다. 창작곡과 동요는 60곡정도 외워서 부르게 지도한다. 3년전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 학부모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각종 학력평가결과 오히려 성적이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 졸업식에도 졸업생 3백30명에게는 소질과 적성에 따라 스피치상 자료분석상 능력기능상 인기스타상 지구력상등 2백60여가지의 각종 상이 골고루 수여된다. 이 학교가 뿌리고 있는 전인교육위주의 씨앗은 먼 훗날 큰 열매로 맺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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