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풍자없이 「모래시계」희화화 남발 「모래시계」는 만능인가.
11일 「기쁜 우리 토요일」(하오 5시55분)과 「웃으며 삽시다」(하오 7시)를 보면 SBS가 「모래시계」를 너무 남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두 코미디 프로는 「모래시계」의 장면을 다시 보여 주고, 이를 희화화하는 것에 매달렸다. 어느 분야에서건 인기가 있는 프로나 사람이 나오면 무조건 끌어들이는 TV코미디의 추태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자의 전성시대」코너는 가수들에게 태수와 혜린이 하숙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재연토록 했다.
방송 끝부분에 신동엽이 태수로 나와 드라마의 집단폭력장면을 여과없이 재구성하기도 했다. 18일부터 본격 방송할 이 프로의 새 코너인 「모래시계 2」의 예고편이었다. 연이어 방송한 「웃으며 삽시다」도 마찬가지. 각 코너로 넘어 가기 전에 자극적인 장면들만 골라 어설프게 재구성해 보는 「사발시계」란 코너를 계속 집어넣었다.
이런 현상은 「모래시계」가 장안의 화제작인데다 SBS TV로서는 모처럼 드라마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다는 즐거움 때문에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기쁜 우리 토요일」은 매주 한편씩 24부로 「모래시계 2」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드라마에서 폭력단 보스 성범과 종도로 각각 출연한 이희도와 정성모까지 가세한다. 드라마의 여운이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래시계」의 인물들까지 웃음에 뛰어들어야 한다.
시청자들 뇌리에 각인된 특정 대상을 다시 재구성하는 작업은 코미디가 지닌 특권이고 매력이기도 하다. 그 매력은 날카로운 풍자나 웃음 속의 비애를 담는 노력이 있을 때 나온다. 난삽한 언행과 특정 코미디언(이주일씨)의 흉내내기에 초점을 맞춘 SBS의 토요일 코미디 프로는 그 매력을 살려주는 날카로운 세태풍자나 웃음 뒤에 숨은 비애를 드러내는 노력이 부족하다.
SBS 스스로 아직 막도 내리기 전인 「모래시계」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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