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개성 살리고 건축비용 대폭절감/회의실·놀이방·영화관등 공동공간도 직장동료나 친구, 취미나 생활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집을 짓는 「동호인주택」이 내집마련의 새로운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호인주택은 땅구입서부터 평면배치등 설계와 업자선정 마감재등을 동호인들이 처음부터 스스로 기획, 자신들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데다 부실시공의 우려가 없고 주택업자들이 짓는 것 보다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자는 물론 새로운 주거환경을 원하는 중산층 유주택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 동호인주택으로는 경기 용인군 이동면 화산리의 「건축인마을」이 꼽히고 있다. 「미추건축」이라는 회사의 동료인 송재승(46)씨등 7명이 90년에 땅을 구입해서 93년 완공된 건축인마을은 7채의 목조주택이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영동고속도로 용인인터체인지에서 평택쪽으로 10여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지만 출근시간에 서울 포이동 직장까지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각 가구마다 1백평의 텃밭도 딸려 있어 주부들은 채소를 가꿀 수 있다.
집마다 크기가 달라 건축비용도 다르지만 대지 85평에 건평 30평인 김행세(39)씨 집의 경우 텃밭까지 포함해 1억원가량이 들었다. 땅값이 평당 30만원 가량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석·박사출신 30여명도 경기 안양시 박달동에 「아카데미테마타운」(11단지 88가구)이라는 동호인주택을 지었다. 이 단지 7동 지하층(34평)에 있는 「아카데미룸」은 팩시밀리 컴퓨터 레이저프린터 복사기등을 공동사용하고 세미나실도 갖춘 연구·토론을 위한 공동공간이다. 9동 지하에는 탁아시설 영화감상실 체력단련실이 있다.
이 단지를 주문받아 건설한 삼요건설은 한국전력기술(주) 노조가 추진중인 동호인주택 1백50가구와 음악인들이 서울 평창동에 추진중인 「음악인마을」도 주문맡았다.
일산신도시의 장항동에도 6명의 사진기자들이 3층짜리 2개동 주택을 함께 건설했다. 이들은 93년초 토지개발공사로부터 일산신도시내 일반주거지역 2필지(필지당 70평)를 평당 1백70만원에 매입, 스스로 자료수집과 건축가 건설사등을 찾아다니며 주택의 설계·건축에 일일이 참여했다.
소규모 동호인주택 전문건설업체인 승진건설이 시공한 이집은 전용면적 32평형으로 택지와 시공비등 모든 비용이 가구당 1억1천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으나 벌써 주변의 40평형대 아파트와 같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건축과정에 일일이 신경을 써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땅값이 싸고 주거환경이 좋은 택지를 물색해 1∼2년정도 고생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꿈꾸던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동호인주택 건설은 아파트라는 평범한 주택과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갈수록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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