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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월시/넘치는 남성미“활화산 영상”(박흥진의 명감독열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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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월시/넘치는 남성미“활화산 영상”(박흥진의 명감독열전:20)

입력
1995.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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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센 연출로 30∼40년대 갱영화붐 주도 라울 월시(RAOUL WALSH·1887∼1980년)는 자신을 예술가라 생각하지 않고 속도 빠른 액션 모험영화를 잘 만드는 것에 만족했다. 그의 화면은 터질 듯한 에너지와 동작으로 가득했다.

 월시의 이같은 작품성격은 뉴욕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소년 시절에 가출, 선원과 카우보이 노릇을 하며 체득한 원시적 경험에서 유래된 것같다. 남성적인 것의 상징인 제임스 캐그니, 에롤 플린, 험프리 보가트, 클라크 게이블등이 월시의 단골배우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월시의 또 다른 특징은 그의 주인공들은 단순한 사람들이 아니라 운명적 분위기에 압도당한 채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 시달리고 쫓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월시의 이같이 뚜렷한 두 가지 작품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 갱영화이자 성적 심리드라마인 「백열」(WHITE HEAT·49년)이다.

 살인강도 코디(제임스 캐그니)가 석유 탱크 꼭대기에 올라가 밤하늘로 타오르는 화염을 배경으로 『해냈어 엄마! 세상 꼭대기에 올라 왔어』라고 소리지르는 라스트신이 시신경을 지지고 들어오는 이 영화는 30∼40년대 갱영화의 산실이었던 워너브라더스(WB)의 작품.

 「공적」(PUBLIC ENEMY)과 「더러운 얼굴의 천사들」등 여러 편에서 갱스터역을 자주 맡은 캐그니가 마지막으로 사이코 살인마 연기를 강렬하게 표현해낸 필름느와르로 무섭게 폭력적이다.

 말 보다 시각적으로 서스펜스를 창출하는 월시여서 코디는 별 설명없이 광기찬 행동으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간다. 그의 짤막하고 함축성 있는 대사는 가차 없는 액션진행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 손으로 닭다리를 뜯으며 다른 한 손으로 살인하는 간악하고 위험한 시궁창 속의 쥐같은 코디의 잔인성은 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해 연민의 정마저 자아낸다.

 사람을 파리 잡듯 하는 코디는 『엄마 없이는 못살아』라면서 엄마 무릎에 올라 앉아 위안을 받는 마마보이로 『세상 꼭대기에 올라 가야지』라는 말도 엄마(마거릿 와이철리의 연기도 좋다)가 가르쳐 준 것.

 월시는 1912년 D W 그리피스의 바이오 그래프사에 배우로 취직, 위대한 무성영화 「국가의 탄생」에서 링컨 저격범역을 맡았다. 배우겸 감독보조 일도 했는데 24년 무성영화 걸작 「바그다드의 도적」을 연출하며 대뜸 두각을 나타냈다. 월시는 첫 토키영화 「옛 애리조나」를 만들 때 사고로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를 하게 되는 것은 39년 갱영화 「흥청대는 20년대」를 시작으로 WB와 계약을 맺으면서부터. 51년 계약을 해제할 때까지가 그의 전성기로 이 동안 「그들은 밤에 달린다」 「하이 시에라」 「공격 목표 버마」 「그들은 장화를 신고 죽는다」등 많은 걸작을 내 놓았다.

 월시는 범죄영화, 전쟁영화, 서부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댔지만 모두 액션위주의 작품들이었다. 억센 액션파였지만 그의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면 유머와 함께 부드러움과 감상이 바닥에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튼튼한 연출력을 지녔던 월시는 다재다능한 기능인이자 대중의 취향을 잘 아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생명력이 넘치고 재미가 있다. 동시대의 그 어느 감독도 그의 힘을 따를 자가 없었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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